[마켓인사이트][사모펀드,국세청 '세금 전쟁'](1)실질과세 원칙이 '대세',해외 조세회피 '원천봉쇄'

입력 2014-02-21 09:14  

이 기사는 02월09일(13: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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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사모펀드와 국세청 간 ‘세금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약 4조원의 차익을 내고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매각한 KKR-어피니티가 올 6월 매각 대금을 정산할 때 얼마의 세금을 한국에 내고 갈 지가 최대 관심사다. 1000억~2000억원 가량을 납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더 걷으려는 국세청과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사모펀드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오비맥주 건을 계기로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 새로운 과세 ‘룰’이 정착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진전된 모습으로 평가한다.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중간에 아무리 복잡하게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더라도 양도차익(capital gain)이 발생하면 해외에 있는 최종 수익자에게 과세한다는 원칙이 흔들릴 수 없는 명제가 됐다.

◆실질 과세 원칙이 '대세'
KKR-어피니티는 지난달 오비맥주 매각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이 조성한 펀드에 투자한 해외 LP(펀드 출자자)들의 명단과 국적 및 거주지 등을 국세청에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사모(私募)’의 속성상 투자자를 밝히지 않는 원칙을 스스로 깬 것이다.

불과 1~2년 전만하더라도 해외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매각할 때 세금을 내는 과정은 반강제적이었
다.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국세청이 세금조사에 나서고, 펀드의 최종 수혜자를 옥신각신끝에 밝혀내 과세하면 양 측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총 과세 금액의 20~30%를 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KKR-어피니티는 세금 조사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LP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두 개의 법원 판결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뉴브리지캐피탈(현 TPG)의 제일은행 매각(2005년, 매각 대금 1조6511억원)에 대해 지난해 대법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달에도 서울행정법원이 스타우드 매각 건으로 론스타에 과세한 국세청의 조치를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두 개 판결의 공통점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법인세법 제4조에 따르면 ‘자산(資産)이나 사업에서 생기는 수입의 전부 또는 일부가 법률상 귀속되는 법인과 사실상 귀속되는 법인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그 수입이 사실상 귀속되는 법인'에 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제일은행의 사례만 해도 뉴브리지캐피탈은 제일은행의 소유자(KFB 뉴브리지 홀딩스 리미티드)가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돼 있으므로 법인세를 한국에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대법원이 지난해 7월 최종적으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제일은행 보유를 위해 세운 페이퍼 컴퍼니는 형식상 거래당사자의 역할만을 수행했을 뿐,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5억600만달러를 뉴브릿지캐피탈에 투자한 281명의 투자자이므로 이들이 납세 의무자고, 인수자(스탠다드차타드)로 하여금 원천징수분 세금(430억원)을 납부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은 적절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을 내리며 ‘형식과 실질의 괴리는 오로지 조세회의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의 실질 과세 원칙은 론스타의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 매각에 대한 과세 판결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달 론스타가 1040억원 상당의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론스타는 2001년 스타타워를 1000억원에 사들여 2004년 3510억원에 매각해 3년 만에 25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스타타워의 소유자를 조제조약상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벨기에에 세움으로써 세금을 회피하려했으나 법원은 실질 과세의 원칙을 들어 최상위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밝혀 내 이들을 납세 의무자로 지정했다.

◆KKR-어피니티 2000억원 가량 세금 낼 듯
KKR-어피니티가 자발적으로 신고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다. 실질 과세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향후 관건은 KKR-어피니티의 해외 투자자들이 얼마의 세금을 낼 것이냐다. 뉴브리지캐피탈처럼 원천 징수 방식이 적용되는데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가 인수 대금 중 일부를 먼저 세금으로 떼어 국세청에 내고, 나머지를 KKR-어피니티에 지급하는 식이다. 매각 대금 58억원의 10%인 5.8억원(약 6200억원)을 AB인베브가 대전지방국세청에 우선 낸 뒤, 납세 의무를 진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은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지를 확인,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돌려달라’고 신청하는 수순이다.

얼마를 낼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것이 없으나 대략 6200억원의 20~30%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로펌의 세무 관련 변호사는 “어피니티가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매각하면서도 전체 과세 금액의 20% 안팎을 실제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으로 납부했다”며 “KKR과 어피니티의 상위 투자자들의 거주지를 일일이 확인해봐야겠지만 미국계 펀드인 TPG조차 281명 중 40명(8개국)이 납세 대상자로 분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KKR-어피니티 펀드 출자자들이 100% 면세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략 2000억원 안팎에서 세금을 납부할 것이란 추론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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