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 몸 담은지 10년 만에 이런 위기감은 처음 느꼈다",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흡입력과 침투력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국내 IT업계 종사자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로 네이버 '라인(LINE)'과 정면 대결은 불가피해졌다. 라인이 일본·대만·태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상황에서 왓츠앱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 때문이다.
연 이용료 0.99달러를 받는 왓츠앱이 페이스북의 힘으로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거나,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많다.
다만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는 단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대격변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입자 12억3000만명을 등에 엎은 페이스북의 성장 잠재력을 두려워하는 목소리가 실제로는 더 크다.
페이스북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이미 앞질렀다. 1월 기준 페이스북의 모바일 앱 설치자수는 1074만명으로 다음(804만명)을 넘어섰다. 다음 앱과 카페의 월간 순이용자는 각각 693만명, 189만명으로 페이스북 앱 순이용자 955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다음하면 카페'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페이스북이 왓츠앱 인수로 메신저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경우,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안심할 수 없다. 페이스북 외 글로벌 경쟁자들도 무수히 많다.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는 이달 들어 처음으로 다음이 구글에 2위 자리를 내줬다. 2월 1주차 구글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11.60%로 다음 11.53%를 역전했다. 2주차에는 구글(12.67%)과 다음(11.90%)의 격차가 좀더 벌어졌다.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도 구글 유튜브의 힘이 막강하다. 국내 인터넷 쇼핑 분야에서는 2009년 이베이가 인수한 지마켓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합병(M&A)과 다양한 시도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는 위기 위식이 팽배하다.
현장에서 들은 현업 종사자들의 바람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격변하는 시대에 국내 시장에서 만큼은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포털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할 당시 네이트보다 점유율이 높은 구글은 조사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구글 점유율은 4.15% 였고, 네이트는 1.51%에 불과했다. 구글과 유튜브 등은 국내법에 적용받지 않아 음란물 등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10년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해 "국내에서 페이스북이 강세를 보이고, 전 세계 시장은 구글이 다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정부의)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도와준 게 아니라 기업 대 기업으로 싸워 네이버와 다음이 이 자리까지 왔다는 그의 말은 뼈아프게 들렸다. 인터넷 생태계 내 '상생'으로 띄운 이슈가 이제는 진정한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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