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 통화 스와프…외환안전망 강화

입력 2014-02-23 08:17  

한국이 원화를 활용해 호주와 5조원(약 45억 미국 달러) 상당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제2의 외환 안전망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미국, 일본과 달러화를 매개로 통화 스와프를 맺거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자원 부국과 자국 통화 스와프를 맺은 적은 있지만 한국 원화와 국제통화 간 통화스와프가 체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와의 통화 스와프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원화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5위에 달하는 호주달러는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통용되는 국제통화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결과, 지난해 4월 세계 외환거래 가운데 미국 달러화는 87%로 1위였고 유로화(33.4%·2위) 일본 엔화(23.0%·3위), 영국 파운드화(11.8%·4위)에 이어 호주 달러화(8.6%)는 5위를 차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화 보유액 통화별 구성 보고서'(COFER)를 보면 작년 3분기 현재 호주 달러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1.7%를 차지했다.

미국 달러,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캐나다 달러에 이어 6위다.

호주는 자원부국으로, 국내총생산(GDP)도 1조5천400억달러(2012년 기준)에 달해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3계단 높은 수준이다.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에 힘입어 국가 신인도도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호주는 또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규모는 약 3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중 최대 45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한국은 원화로, 호주는 호주 달러화로 한다고 하면 단순 계산해도 달러화 변동에 따른 환 위험이 15%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경제 여건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요동을 쳐도 양국 간 실물 거래는 영향을 덜 받게 된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호주에서 수입한 208억달러 중 80% 이상이 철광석(28.7%), 유연탄(24.9%), 원유(8.4%), 알루미늄괴 및 스크랩(3.7%) 등 원자재인 만큼 이를 원화 결제로 돌릴 수 있다면 천연자원의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해볼 만하다.

내년부터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면 양국간 무역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어서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번 스와프 체결로 평소 무역결제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결제용 달러화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 수요 자체를 줄인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금융안전망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신흥국 전반에 대한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이 한국의 신인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에 통화스와프를 애타게 요청한 한국이 6년 만에 국제통화인 호주 달러화와 원화 간 통화 스와프를 맺을 수 있을 만큼 한국 경제가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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