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관계자는 “호주나 그리스가 공공기관 임원 임명시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기간 전문 경력이 없으면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계량화된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이 공공기관장에 대해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아무리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CEO 자격을 정부가 일률적으로 계량화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임원 자격요건을 구체화해 열거하면 의외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오히려 낙하산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경력도 포함한다는 것이어서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낙하산이 문제되는 이유는 정치적 나눠먹기 때문이고, 그 첫 번째 비난 대상이 바로 정치인 출신이다. 그런데 전문성 기준을 정하면서 정치인은 구제하는 요건을 넣는다는 게 말이 된다는 것인지.
결국 정치인과 관료에게 낙하산 자격을 부여하는 그런 낙하산 금지 기준이 되고 말 것이 뻔하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려다 보니 낙하산을 막는 게 아니라 아예 낙하산을 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판이다.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정부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낙하산을 정당화하는 법을 만들고 말 태세다. 참 일이 거꾸로 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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