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도할 건가, 쫓기만 할 건가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통해 현대사회에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운 바 있다. 그는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는다”는 비유를 통해 철도라는 혁신은 기존 주류 이동수단인 마차를 뛰어넘는 기업가정신을 통해 탄생했다고 역설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와 같은 서비스도 기존 서비스를 파괴하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의 높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여행객들에게 숙박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190개국에 50만개의 숙소를 보유하고 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리무진 택시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 3년 만에 시장가치가 1조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서비스 분야의 혁신도 유사한 모습이다. 지금은 일상 서비스가 돼버린 ATM은 은행창구를, 신용카드의 사용은 현금과 개인수표를 크게 줄이는 창조적 파괴의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 일부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증권(MBS),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의 구조화 증권상품은 본래 자본조달이 어려운 개인과 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상품이다. 금융위기도 그래서 구조화 증권상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용과 관리와 관련한 인재(人災)였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금융혁신을 잘 활용하면 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 이자율스와프(IRS)와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거시경제 환경변화에 대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백신본드(vaccine bonds)는 빈국에 필수 백신을 제공하게 도와주며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은 도시의 범죄율을 줄이는 등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금융혁신이 세상을 바꾸는 촉매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사회 환경과 비즈니스를 장려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기업들이 끊임없이 탄생한다. 월스트리트 역시 세계를 선도하는 금융상품을 계속 개발해낸다. 이는 혁신과 창의를 이끌어내는 금융시스템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금융혁신을 주도해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안일한 규제 속에 금융개도국으로 머물러 있을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