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보다 도수 낮아 젊은여성 선호
막걸리는 대기업 제한으로 기술개발·성장 정체
[ 최만수/강진규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전통주인 막걸리와 사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케는 저도주 열풍과 고급화 마케팅의 성공으로 수입량이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막걸리는 대기업 진출 규제로 인해 시장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수입된 사케는 총 4367t으로 2012년 대비 15.4% 증가했다. 연간 사케 100억원어치를 수입하는 니혼슈코리아의 김창우 부장은 “서울 신사동 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곳에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사케의 도수는 14도 안팎으로 소주보다 낮아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마트에서는 1만원대 ‘센노유메’ 등 저가 제품이, 이자카야에서는 15만원대 ‘쿠보타 만쥬’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간 가격대의 사케는 자취를 감췄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3만원 미만 사케의 전년 대비 매출이 10.4% 증가한 반면 3만~5만원대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아 제품을 매대에서 치웠다고 밝혔다.
VIP 고객을 위한 초고가 마케팅이 성공한 것도 사케 수입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니혼슈코리아가 지난해 10월 17병만 수입한 최고급 한정판 사케 ‘주욘다이N 준마이다이긴죠’는 사케수집가와 대기업 오너, 고급 일식집 등의 예약 주문이 몰려 출시하기도 전에 판매가 완료됐다.
와인처럼 빈티지를 표시하는 사케도 판매되고 있다.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고급 일식당 ‘우오’에서 ‘카모시비토 쿠헤이지 랑데부’ 2011년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사케의 빈티지는 쌀 재배연도에 따라 결정된다. 우오에서는 고객이 원할 경우 다른 해에 재배된 쌀로 만든 ‘랑데부’를 내놓기도 한다.
반면 한국 전통술로 도수가 7도 안팎인 막걸리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막걸리는 국내에서 36만6470kL 소비됐다. 2012년 39만3354kL에서 6.8% 감소한 것. 수출량은 1만8222t으로 40.5% 줄었다. 국내 대표 막걸리업체인 국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2년 대비 74.8% 감소했다. 2010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캔막걸리 시장에 진출했던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막걸리 사업을 접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진입 제한 때문에 막걸리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막걸리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막혀 있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막걸리의 제품 수준, 라벨 디자인은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역시 1000~2000원 수준의 저가품이 대다수다.
애국심과 한류에만 의존하는 마케팅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전통주 판매를 대폭 줄인 한 한식전문점 관계자는 “막걸리 등 한국 전통주의 질이 뛰어난데도 이를 알리기보다는 ‘전통을 살리자’는 구호만 강조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 한류 바람이 식자 곧바로 막걸리 소비가 줄어든 것도 한류열풍 이외의 마케팅 포인트를 잡지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최만수/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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