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볼썽사나운 분리막 특허 싸움

입력 2014-02-25 20:37   수정 2014-02-26 05:50

배석준 산업부 기자 eulius@hankyung.com


[ 배석준 기자 ]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3년간 끌어온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특허침해소송 판결이 있었다. 분쟁의 대상은 두 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해 온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분리막 기술이다.

LG화학이 2011년 12월 특허 등록한 분리막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도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해 특허심판원, 특허법원에서 이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특허를 정정하자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원래 소송인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나오자 LG화학은 항소하기로 했다.

기업 간 특허 분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먼저 개발한 기술을 베끼는 행위를 가만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조차 특허 침해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다. 게다가 국내 기업 간 과도한 특허 싸움이 양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우려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3년 동안 두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LG화학의 미국 홀랜드 배터리 공장은 작년 7월 가동을 시작한 후 현재 1개 라인만 가동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중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고객사들이 특허 소송 중인 양사의 배터리를 구매하길 꺼리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잰걸음으로 앞질러 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비야디(BYD)는 네덜란드에 전기차 버스를 수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내놓은 일본 닛산은 지난해 미국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간판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서로 간의 특허 분쟁 외에 미국 2차전지업체인 셀가드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고 있다. 셀가드는 지난해 5월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건 데 이어 다시 올 1월 LG화학에도 자사 분리막 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함께 대응해도 힘든 상황에서 우리 기업끼리 과도한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배석준 산업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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