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삼성전자가 3세대(3G) 이동통신기술 관련 표준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금지 청구소송이 특허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특허분쟁 해결 협상의 경과와 협상에 대한 애플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애플이 협상에 성실히 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소송을 부당하게 이용해 애플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제소가 상품의 생산·공급·판매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에 대한 접근거절 행위에 해당해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애플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표준특허는 필수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가 특허 표준화 과정에서 특허정보 공개를 고의로 지연해 적시공개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공개 평균기간이 다른 기업에 비해 짧지 않고 다른 사업자를 배제할 목적으로 특허를 은폐한 증거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표준특허를 침해한 애플이 분쟁협상에 마지못해 참여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표준특허권자인 삼성전자라도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애플은 삼성과의 특허분쟁 협상 도중인 2011년 4월 15일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권 및 비표준특허 관련 침해금지소송을 냈고, 삼성전자는 같은달 21일 3G 이동통신기술 4건과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에 애플은 2012년 4월 삼성의 제소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프랜드(FRAND) 원칙 준수를 확약한 표준특허권자의 침해금지 청구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청구권을 인정했으나, 유렵연합(EU) 경쟁당국은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잠정 판단하고 현재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 중이다.
프랜트 원칙은 표준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사용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프랜드 확약자가 자발적 실시자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이 부당한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하는지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는 사항이다.
오승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경쟁법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금지청구권 행사가 사업발동을 방해하는 배타적 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U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한국 공정거래법 체계에서는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권 행사가 권리보호를 위한 합리적 방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특허권을 침해한 사용자가 특허권자와 성실하게 협상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표준특허권자라도 당연히 침해금지청구를 할 수 있고 이는 각국 법원과 경쟁당국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정되는 배상액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심결례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사건으로서 국내외 판례와 외국 경쟁당국의 논의 동향, 프랜드 법리, 양사의 성실한 협상 여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법집행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특허권자가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 사전에 밟아야 할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표준특허권자가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남용하는 경우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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