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금융위 '알짜' 서울보증보험 매각 딜레마

입력 2014-02-26 14:36   수정 2014-02-26 15:48

손보사들 휴대폰 신원보증 등 시장 개방 압력
독점 지위 깨지면 매각가 떨어질 가능성 높아
금융위 선 매각, 후 개방 등 8조 공적자금 회수 묘안 '고민'



이 기사는 02월24일(09: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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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가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 매각 ‘딜레마’에 빠졌다. 매각을 통한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와 보증보험 시장 개방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묘수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제값을 받고 팔려면 국내 유일의 전업 보증보험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줘야 하는데 이럴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게 금융위원회, 예보 등 정부의 고민이다.

◆공적 자금 회수 위해선 매각이 '최선'
서울보증보험은 1998년 11월 대한보증보험이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하면서 탄생한 회사다. 외환 위기 당시 삼성차 회사채 등 투자 자산 부실로 파산 위기에 몰리자 정부는 약 10조2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 신설 회사를 ‘클린 컴퍼니’로 만들었다.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93.8%)가 예금보험공사인 이유다.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신용을 보완해 주기 위해 1969년 처음 도입된 보증보험 시장은 1998년 이후 지금껏 서울보증보험 단독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독점적인 지위 덕분에 이 회사는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다. 2011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1조7973억원의 영업수익(제조업 매출과 비슷한 개념)에 영업이익은 4578억원에 달했다. 2012 회계연도에도 380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서울보증보험은 유상 감자, 배당, 상환 우선주 상환 등을 통해 10조원의 공적 자금 가운데 2조원 가량을 갚았다. 배당성향은 50%로 순이익의 절반을 예보 등 주주에 배당금으로 배정하고 있다. 2012 회계연도 배당액은 1568억원이다.

예보는 매년 받는 배당을 채권 이자 상환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을 지원할 때 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에 대한 이자를 매년 꼬박꼬박 갚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잔여 공적자금 8조원에 대한 채권 이자는 서울보증보험이 배당 등 연간 예보에 보내는 돈으로 거의 전액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다른 금융 회사들과 달리 실적이 좋아 정부로선 굳이 매각하지 않더라도 이자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리금 회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공적 자금 원리금을 되찾아 오려면 예보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약 12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만해도 자금 회수를 위해 경영권 매각이 진행 중이다. 공자위 관계자는 “공적 자금 회수율을 높여야 세금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며 “서울보증보험도 경영권을 민간에 넘겨 8조원 이상의 돈을 회수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손보사들 시장 개방 요구, 금융위 "매각가 떨어질라"
서울보증보험 매각 이슈는 2011년께부터 손해보험사들이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라고 압박을 가하면서 묘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와 시장 개방은 양립하기 어려운 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부문은 신원보증 시장이다. 주로 휴대폰을 구매할 때 필요한 것으로 연간 시장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스마트폰을 할부로 구입하면 통신사는 할부금을 못 받을 경우에 대비해 A의 명의로 보증보험을 들게 된다. 잔여 할부금을 정상적으로 갚으면 해당 보험은 소멸되지만 갚지 못할 땐 보증보험사가 통신사에 대신 변제를 해주고, 통신사로부터 채권을 넘겨 받아 A에게 독촉하는 식이다.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유일의 휴대폰 신원보증보험 회사다.

M&A(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에 신원보증 시장을 열어주게 되면 SK텔레콤 등 통신사가 보험사 인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신원보증 외에도 손해보험사들은 건설 관련 이행보증, 신용보험, 채무이행보증 등을 개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보증보험 라이선스를 달라는 얘기다.
금융위와 예보도 서울보증보험 매각을 통해 사실상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원칙론에는 공감하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이 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연구 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다원 체제를 허용할 경우 서울보증보험의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을 매각하려면 우선 기업 가치를 산출해 내야 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라며 “공적 자금 원금이라도 찾기 위해선 최소 8조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서울보증보험의 독과점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손보사들에 보증보험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순간 서울보증보험의 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이는 결국 매각 가치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독점적 지위를 영구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렵겠지만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10~15년간 신규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어 금융위와 예보가 총대를 메기엔 미묘한 사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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