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술집 부자들④]세븐트레인, 전세계 7개국 기차역서 술 잔 채우는 배낭여행

입력 2014-02-28 16:23  

국내 프랜차이즈 수 3000여개, 자영업자 600만명.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입니다. 청년실업자는 줄지않는데 정년을 채우지 못한 직장인만 늘어납니다. 불황으로 내몰린 창업 입문자들은 프랜차이즈의 옥석(玉石)을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특정 아이템이 뜨면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유통팀 기자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핫검색'을 이끌어 낸 '작지만 강한 가게'의 성공 노하우를 파헤친 시리즈 기사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 노정동 기자 ]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고 넥타이 맨 회사원들이 갈 길을 바쁘게 움직이는 곳인 강남역 12번 출구 앞. 이곳에는 전 세계 7개 나라의 기차역을 통째로 옮겨 놓은 콘셉트의 주점이 한 곳 있다.

대학생들이 배낭여행을 떠나 일면식도 없던 게스트하우스 옆방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처럼, 기차역 콘셉트가 주는 편안함 덕에 전혀 알지 못하던 옆 테이블 고객들과 웃고 떠들며 친해지게 된다는 이곳은 바로 '세븐트레인'이다.

개인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고 7명의 전문 조리사들이 해주는 일품 요리를 안주 삼아 함께 간 동료들과 '사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이곳은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북적대는 손님들 때문에 예약하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다.

일상에 지친 회사원들을 십여 년 전 배낭여행을 떠나 낭만을 즐기던 대학생들로 잠시 되돌려 놓는 세븐트레인만의 고객 공략법은 술이 아닌 추억을 파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생 시절 다녔던 배낭여행의 경험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김지은 세븐트레인 대표(38)는 "여행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기차역에서 먹는 음식들은 더 맛있고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며 가게의 콘셉트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유통업, 외식업 등의 현장에서 가게 운영의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세븐트레인 간판을 걸었다.

◆ 도쿄부터 상파울로까지…전 세계 기차역을 고스란히 강남으로

세븐트레인은 서울, 도쿄, 베이징, 방콕, 뉴욕, 상파울로, 요코하마 등 총 6개 나라 7개 도시의 기차역을 가게 내부에 인테리어로 꾸몄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게 내부로 들어온 7개의 트레인에서는 7명의 전문 요리사들이 현지의 음식들을 푸짐하게 내놓는다. 전부 그 나라의 음식들만 만들어온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요리사들이다.

조태진 점장은 "여행을 다니다보면 기차역을 한 번씩은 거치게 되는데 그곳에서 먹은 음식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며 "기차역 음식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을 콘셉트로 국내 소비자들의 맞게 재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세븐트레인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콘셉트 덕분에 매장을 찾은 고객들 간 편안한 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게 주변 기업들의 회사원들이 주요 고객들이다보니 단체 손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2~4인이 오는 경우에도 옆자리의 고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조 점장은 "일반 주점과는 다르게 가게 콘셉트도 독특할뿐만 아니라 시끄러운 음악도 배제시켜 손님들 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며 "기차역과 비슷한 분위기의 공간에 있다보니 나타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 스마트폰으로 메뉴 주문…"직원 기다리지 마세요"


이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수십 명이지만 주문을 받으러 오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본인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이다보니 고객들이 주문을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부르는 소리가 자칫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게 조 점장의 설명이다.

조 점장은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깔지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전자장치에 스마트폰만 가져다대면 앱이 연동돼 메뉴판이 뜬다"며 "원하는 요리를 고르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주문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문되는 시스템 덕분에 특정 메뉴가 주문되는 횟수와 시간대가 고스란이 데이터 정보로 남게 돼 시즌 별 메뉴 구성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앱 주문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메뉴 중의 70%는 현지 메뉴고 30%는 현지 메뉴를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메뉴들"이라며 "앱을 통해 주문되는 메뉴 선호도 데이터를 보면서 다음 메뉴 개발에 참고한다"고 강조했다.

◆ 단기간 단골고객 확보 비결…"식자재비 아끼지 않는 것"

세븐트레인은 지난해 11월 처음 오픈해 이제 3개월이 갓 지난 주점이지만 손님의 절반이 입소문을 통해 방문할 정도로 단골고객 비율이 높다. 조 점장은 단기간 충성고객들의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식자재 비용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으로 꼽았다.

조 점장은 "생고기, 활어회, 치즈 등 일반 주점에서 식자재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재료들부터 아끼지 않고 퍼주겠다는 것이 운영 원칙"이라며 "지금은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전부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베푼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삼겹살볶음면, 낙지해물짬뽕, 치즈김치볶음밥, 모듬사시미 등이다. 전부 원재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음식들이다.

그는 "이 때문에 한 번 온 고객들이 다시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이라며 "세븐트레인이 짧은 시간 안에 충성고객들을 많이 만든 건 홍보보다는 식자재 비용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점장은 이번주 일요일까지 매장 예약이 꽉 차 있다고 귀뜸했다. 350명 이상의 손님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대형 매장이지만, 단체 손님의 비율이 많기 때문에 테이블이 금방 꽉 찬다는 것.

손님이 북적대는 세븐트레인이지만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아직 계획에 없다는 설명이다. 트렌드에 따라가는 주점이 워낙 많다고 판단되는 데다 음식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는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면 음식의 맛과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매장을 추가로 내더라도 직영으로만 운영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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