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수경 씨(41)는 베개에서 들려오는 알람소리에 오전 7시 눈을 뜬다. 기지개를 켜자 침실 커튼이 저절로 열린다. 손목에 찬 밴드로 커피머신과 토스터기를 작동시킨 뒤 욕실로 간다. 샤워실에 들어서자 수온 자동조절시스템이 사계절과 개개인에 맞춰 알맞게 조절한 온도의 물이 내려온다. 양치질하면서 거울에 표시되는 오늘의 날씨와 일정, 뉴스를 확인한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건강정보가 거울에 나타난다. 변기가 소변과 체중, 체지방 등을 분석해 건강을 체크해준다…. 불과 5~6년 뒤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바꿔 놓을 아침의 일상이다.
사물인터넷은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된 기기들이 사람의 개입 없이 센서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사물지능통신(M2M·Machine to Machine)이라고도 한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TV와 전등을 켜고, 세제가 떨어지면 세탁기가 쇼핑몰에 세제를 주문하는 식이다. 이 용어는 1999년 케빈 애시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넘어 기기와 기기가 서로 연결돼 정보를 나누는 M2M 시대 개막을 앞당기고 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초연결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초소형 컴퓨터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람과 사물, 동물, 데이터, 프로세스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를 일컫는다.
사물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으로 통칭되는 센서 네트워크 기술과 센서로 수집한 정보를 스마트 기기에서 처리하는 정보처리 기술이다. 사람과 기기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설비나 기기의 원격 관리·통제가 가능하다. 질병의 원격 진단이나 치료도 수월해진다. 또한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가전, 헬스케어, 안전·보안 등 새로운 사업과 시장도 무수히 열린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사물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물인터넷 빅뱅시대에는 그림자도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물이 해킹되면 사생활이 거의 100% 노출될 수도 있다. 의료장비가 해킹당하면 컴퓨터 바이러스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발전의 혜택은 누리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4, 5면에서 사물인터넷의 상세한 모습과 인터넷 발전사 등을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