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얼마 전, 오후 8시 정도에 판교에서 퇴근을 한 적 있었다. 저녁 시간으로는 나름 늦은 시간이라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판교 테크노밸리를 빠져나가는 다리에서 한 연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어색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으로 단번에 시작하는 연인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p> <p>남: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팀장님이 갑자기 회의를 하자고 해서.. 배고프지'
여: '(풀죽은 목소리로)아냐. 괜찮아. 다음에는 오지 말까?'</p> <p>이때 남자가 해야 하는 대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아냐 아냐!! 힘들까봐 그러지! 맛있는 거 먹자'라며 힘차게 여자의 팔을 이끌고 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A
SKY(안생겨요)', '먼저 여자 친구가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p> <p>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판교 테크노밸리 내 게임업계 종사자 중 남녀의 비율이 7:3이라고 볼 때, 유부남들을 제외하고, 여자 친구가 있는 비율은 6:4 정도 된다고 한다. 물론 4가 있는 비율이다. 따라서 판교까지 꽃단장을 하고 왔는데, 남자친구의 바쁜 업무로 인해 기다리다 지쳐 삐져버린 여자의 비율도 무시할 수 없다.</p> <p>게임톡 2주년을 맞이해, 1년 동안 기자의 직업적 특성과 여자의 종족 특성으로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굴한 알짜 데이트 코스를 소개할까 한다.</p> <p>■ 금강산도 식후경'-아브뉴프랑과 백현마을 </p> <p>일단, 여자는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하지만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 여자는 분위기를 먹고 사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판교 테크노밸리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어딨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p> <p>
자칭 왕년에 한가닥 했다는(?) 한 홍보팀 직원에게 근처에 괜찮은 식당들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는 꼼꼼하게도 어떤 성향의 여성인지 간단한 인적사항을 체크한 뒤, '어떤 여자라도 아브뉴프랑은 무난하게 합격 점수를 받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p> <p>판교역 1분 출구로 나와 보통 여자 사람 걸음으로 390보 걸으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바로 아브뉴프랑이다. 판교에 위치한 유럽형 스트리트 쇼핑몰인 아브뉴프랑은 아주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다. 바로 쇼핑몰 내에 입점한 가게들의 여성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기 때문이다.</p> <p>우선 웬만한 여성들에게 평타 이상을 칠 수 있는 파스타 전문점부터, 치즈가 듬뿍 들어간 미국 가정식 요리 전문점, 깔끔한 중국 음식, 정갈하고 든든한 한식 한 상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다. 따라서 '뭐 먹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아무거나'라고 대답한다고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다양해진다.</p> <p>
여기에 사과 하나를 통째로 캐러멜 속에 빠트려버린 달디 단 디저트와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케이크, 갈비뼈 사이사이까지 시원한 팥빙수까지 후식까지 해결 가능하다. 물론 중간 중간 여성들의 혼을 빼놓을 옷가게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가격대가 저렴하지는 않다는 것. 여자친구가 완전 삐졌을 때, 뭔가를 크게 잘못해서 싹싹 빌어야 할 때 한번쯤 패기 있게 가보자.</p> <p>아브뉴프랑이 답답해서 싫다면, 조금 이동해서 백현마을 카페거리도 추천한다. 아브뉴프랑은 한 건물 안에 모든 음식점과 가게들이 있는 반면, 백현마을은 신사동 가로수길 같이 거리 하나가 모두 분위기 있는 음식점과 가게들로 꾸며져 있다.
</p> <p>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한창 소개팅을 달리고 있는 한 홍보팀 직원은 '소개팅녀가 분당쪽에 산다면 판교 테크노밸리는 황당해할 수도 있겠지만, 백현마을 카페거리에서 소개팅을 해도 무난할 것 같다. 미팅때 한 번 가봤는데, 분위기가 괜찮아 다음에 한번 시도해볼까 생각중이다'고 말하기도 했다.</p> <p>다만 자동차가 없으면 다소 접근성이 어렵다는 점과 거리가 꽤나 넓은 편이라 잘 알아보고 가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분위기만 보고 올 수도 있다. 여기에 이곳 역시 가격이 저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하지만 퇴근 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신경쓸 것 없이 여유있게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훌륭하다.</p> <p>■ 메론 주스-홍시 스무디-츄러스 등 비장의 카드 감춘 판교 카페</p> <p>신이 판교를 만들 때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선 테크노밸리인 만큼 게임사는 듬뿍, 음식점도 적당히, 카페도 적당히 넣으려다 손에서 놓쳐 '으아아아아!' 소리치는 모습일 것이다.</p> <p>이처럼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놀라울 만큼 카페가 많다. 물론 분위기를 마시는 것보다 카페인 충전을 위한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잘 찾아보면 분위기 있고, 특이하면서도, 맛있는 곳이 많다.</p> <p>유난히 백화점이나 브랜드가 아닌 조그만 로드숍에서 옷을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작은 로드숍 안에서 나에게 꼭 어울리는 독특한 옷을 발견하는 재미 때문일 것이다. 판교의 커피숍에서도 이런 재미를 찾을 수 있다.</p> <p>대체로 새로 생긴 탓에 깔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인지 디자인도 대체로 훌륭하다. 여기에 잘 찾아보면 가게마다 비장의 카드로 독특한 메뉴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물론 '판교의 3대 미녀'와 같은 비장의 카드도 있지만, '여자 친구와 있을 때는 잠시 피하셔도 좋습니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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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예를 들자면 생 메론을 통째로 갈아 넣은 달달한 '메론 주스'(칼디커피)라던가, 홍시와 얼음을 갈아 넣은 시원한 '홍시스무디'(앙샹떼), 진한 핫초코에 푹 찍어먹는 츄러스(잭앤빈스), 커피를 얼려 커피얼음으로 만든 카페라떼(영웅커피) 등 깨알같이 다양하다.</p> <p>N사에 다녀 커피를 마시려면 육교를 건너와야하는 수고로움을 가진 한 게임사 직원은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새로운 메뉴를 찾는데 재미가 들려서 점심먹고 꼭 넘어온다. 지금 뉴스페이스쪽은 거의 다 공략해가는 중이다. 여기가 끝나면 H스퀘어쪽 지도까지 밝혀볼까 생각중이다'고 전했다.</p> <p>■ 달밤 아래 야근 불빛 조명삼아 오리 가족들과 판교 주변 산책</p> <p>배를 빵빵하게 채웠다면, 손을 잡고 산책을 가는 것도 좋다. 누가 테크노밸리 아니랄까봐 건물이 가득 들어찬 판교지만,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은 있다. 물론 우선 여자친구가 높은 하이힐을 신고오지 않았고, 날씨가 좋다는 전제가 필요하다.</p> <p>
NHN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판교역까지 걷는 길은 거리상으로도 꽤 된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팀장님이 어떤 진상을 부렸는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걷기에 충분한 거리다. 보통 여자 걸음으로 약 15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p> <p>사람이 많은 H스퀘어를 가로지르기 싫다면, 네오위즈 뒤편 길을 통해 판교의 가장자리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곳은 육교를 건널 필요 없이 평지로 이어져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좋다. 환한 달이 드리워진 날 야근 불빛을 조명삼아 슬슬 걸어보거나,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p> <p>최근 야근비로만 100만원을 찍었다며 슬프고 기쁜 소식을 전한 한 게임사 직원(30세, 솔로)은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게 되어 운동 삼아 역까지 걸어가는데, 새벽에는 보지 못한 광경들을 보게되어 불쾌해(?)졌다. 연인들이 손을 꼭 잡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야근을 더욱 열심히 할 이유가 생겼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p> <p>
탄천 주변도 빼놓을 수 없다.
엔씨소프트 앞으로 졸졸 흐르는 탄천은 비록 여름 장마철에는 물이 무지막지하게 불어나 옆에 있는 농구장까지 점령해버리지만, 봄이나 가을에는 오리 가족이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탄천 옆 산책로에는 갈대가 아무렇게나 우거져있다. 기분 좋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p> <p>하지만 한 가지 경고를 하자면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이곳의 여름은 악몽 그 자체일 것이다. 판교는 자연 친화적인 도시라 흔히 볼 수 없는 사마귀도 길거리에서 볼 수 있고, 갈대 사이로 메뚜기가 뛰어다닌다. 탄천을 이어주는 다리 위에는 거미줄이 하얗게 걸려 있으니, 초봄과 초가을에만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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