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4 상반기 공채] 더 좁아진 취업 문턱, 인성·열정·전문성 '3단뛰기'로 넘어라

입력 2014-03-04 07:00  

금융회사 입사 필승전략

학력·스펙 훌륭해도 면접태도 나쁘면 탈락
말 잘 듣는 신입사원보다 소통 주도하는 인재 선호



[ 박신영 기자 ]
‘토익 950점, 학점 4.1, 1년간 캐나다 어학연수, 증권투자상담사·펀드투자상담사·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금융권 자격 3종 세트.’ 지난해 말 한 시중은행에 지원한 취업준비생의 스펙이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재학 중인 학교도 서울에서 알아주는 명문대였지만 그는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해당 은행의 인사담당자는 “겉으로 드러난 조건만 보고 입사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며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대신 변화하는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올 상반기 채용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일단 저금리·저성장 여파로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채용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전례없이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위기의 시대인 만큼 원하는 인재상도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금융권 입사의 벽을 뚫으려면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기의 금융권, 인성은 기본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들은 학점, 자격증 등의 스펙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과도하게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서류전형 시 스펙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지만 채용절차가 서류전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요즘 들어선 윤리의식과 도덕이 중요한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 수수료를 받고 대출을 해주거나,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하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응시자들의 인성과 태도 등을 예전보다 더 눈여겨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말 서너 명씩 불러 최종 단체면접을 진행할 때 스펙이 남다른 한 지원자가 처음부터 눈에 들어왔지만 결국 뽑지 못했다”며 “답변이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점이 유난히 거슬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났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가 불성실해 보였다는 설명이다. 인사부서 관계자들은 마치 응시자인 양 화장실, 휴게실 등에서 면접 대상자들을 면밀히 지켜볼 때도 있다. 때문에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옷매무새나 말투, 태도 등을 신경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통섭형 인재를 구합니다”

금융권이라 해서 금융 지식만을 평가하지 않는 점도 새로운 흐름이다. 지식은 입사 후 교육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업무를 대하는 태도와 창의성, 소통 능력 등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다. 인문학적 소양을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통섭형 인재’를 찾고 있다.

전홍철 국민은행 인사팀장은 “선배를 대할 때도 무조건적 복종이 아닌 ‘소통의 커뮤니케이션’을 발휘하는 모습과 동료 간에 협력하는 팀워크, 고객을 향한 ‘창의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자기소개서 질문 항목에 독특한 질문을 끼워넣는다. ‘인문학 서적 3권에 대해 느낀 점을 서술하라’는 식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쓴 자기소개서와 인터넷 서점 등의 서평을 베낀 자기소개서가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원자가 선택한 책의 종류에서 가치관이나 관심 분야도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은행은 올해도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준비할 방침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올해부터 특별전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조만간 있을 인턴 공개 채용부터 시작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특별전형에서 눈여겨보는 건 자기소개서다. 예컨대 이공계 전공자라면 자신의 연구경력을 자세히 소개하는 식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기본덕목

입사하려면 회사의 특성에 따른 맞춤전형 방식도 잘 체크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인 은행이라면 중소기업에서의 인턴 경력을 우대할 수밖에 없다. 또 면접 때도 중소기업의 실태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둬야 한다. 최근 소매금융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사실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고민은 금융사 지원자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지원하는 회사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 경영모토로 뭘 앞세우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금융권 채용시장을 뜨겁게 달군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다른 열정으로 우리은행에 입사한 한 지원자에 대한 스토리다. 그는 면접 때 서울시내 은행 점포 40곳의 상권을 분석하고, 행원들에게서 받은 격려메시지를 정리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면접관들을 감동시킨 이 지원자는 당당히 입사문턱을 넘어 우리은행에 재직 중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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