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태윤 기자 ]
자기소개서를 썼다 하면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자소서의 달인’, 취업 시즌에 번 면접비만 100만원에 달하는 ‘면접의 달인’…. 누구는 단 한 번의 서류전형 통과도 어려운데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실존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스펙이 남다르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단지 있었다면 ‘남과 차별화된 그 한 가지’를 지녔을 뿐이었다. 2014년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 개막에 맞춰 한국경제신문이 이른바 ‘취업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만났다. 이들로부터 들은 합격은 따놓은 당상인 자기소개서 및 면접 비결을 소개한다.
비법1 차별화하라 ‘자소서에 시를 입혔더니 100% 합격’
“믿음을 주는 인상이시네요~.” JTI코리아 조현수 채용 매니저는 김국현 LG전자 과장을 보자마자 채용담당자다운 첫 마디를 건넸다.
김 과장은 “아무리 좋은 인상도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가 통과되지 못하면 쓸모없죠”라며 2006년 현대중공업 입사원서 첫 탈락의 충격 스토리를 꺼냈다. 아무생각없이 남들 것을 베꼈는데 여지없이 떨어진 것. 이후 김 과장은 남들과 차별화한 자소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자기소개서를 문학적으로 써보자’였어요. 예를 들면 ‘내가 숲을 보고자 해도 나침반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구로 내가 가진 글로벌 사업 의지를 회사가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영했지요. 또 ‘짝사랑은 언제나 뒷모습을 본다’라는 문구로 짝사랑하는 회사에서 채용해준다면 좋은 연인이 될 것 같다는 의미를 담는 식이었어요.”
이런 문학적 자기소개서를 통해 그는 ‘인사담당자가 만나보려는 지원자’가 됐다. “이후 썼던 자소서는 모두 합격했어요. 심지어 학과 친구들에게 이 방법을 알려줬더니 다 통과하더군요. 하하.”
조 매니저는 “나라도 그런 자소서를 쓴 친구라면 한번 보고 싶을 것 같아요”라며 장단을 맞췄다. 그리고 모두들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한 이런저런 팁(tip)을 소개했다.
조 매니저가 “인담(인사담당자)으로서 솔직히 1500자가 넘는 자소서는 읽기가 힘들어요. 이때는 핵심 키워드를 잘 뽑아야 합니다”고 말하자 CJ 자소서 통과율 100%를 자랑하는 허권범 현대중공업 대리는 “CJ는 6개 자소서 항목이 있는데 핵심 제목을 달 때 인재상(정직, 열정, 창의)을 하나씩 넣어주면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롯데백화점 신입사원 고영민 씨는 자기소개서 첨삭의 주의점을 언급했다. 그는 “대학 취업스터디 모임에서 첨삭 지도를 받다 보면 어느새 ‘나‘는 없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돼 있더라고요. 이런 자소서로는 평균 점수는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면접에서는 승산이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를 낸 70곳에서 서류 합격한 허 대리는 지원 동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자소서 문항 중 대부분은 지원자의 개인에 대한 것이지만 지원 동기는 유일하게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을 묻는 항목입니다. 나머지는 복사를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지원 동기를 자신있게 쓸 수 없다면 그 회사에는 지원하면 안 됩니다.” 그는 유명한 사람이 말한 명언을 적절히 활용한 것도 합격의 비결이었다고 덧붙였다.
비법2 왜 이 회사인가 ‘자신의 적성과 기업·직무 궁합을 보라’
지원 동기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직업 선택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토론으로 이어졌다. 고영민 씨는 “자소서 한 장 쓰는 데 이틀이 걸렸어요. 이렇게 해선 승산이 없을 것 같았죠. 심지어 학교 선배들에게 자소서 50장 안 쓴다고 혼났다니까요”라며 “이때 관심있고 자신있는 곳이 아니면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죠”라고 털어놨다. 자소서 작성 때부터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년 수백장의 자소서를 본다는 조 매니저는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입사 전 자신의 적성, 그리고 지원하고 싶은 산업과 직무 분석이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며 “묻지마 지원은 시간낭비일 뿐으로 100전 100패”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만 고집하다 자신감 잃고 방황하면 자신만 손해”라며 “‘대기업이 아니면 어때’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 매니저는 국내 대기업에서 JTI로 옮기자 부모님이 주변 친척이나 친구분들에게 자신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한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JTI코리아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바꿀 수 없는 학벌에 더 이상 위축되지 말라’는 조언도 나왔다. 조 매니저는 “이미 일부 대기업은 취업 때 학벌을 중시하지 않는다”면서 “학벌에 집착하지 않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벌로만 뽑는다면 서울대 출신들은 지금 실업자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취업의 달인'이 말하는 합격비결
'문학적' 자소서, '솔직당당' 면접…남다른 한가지에 집중하라
비법3 면접을 장악하라
회사는 ‘똑똑이’보다 함께할 사람 뽑는다
잠시 휴식 후 면접 이야기가 이어졌다. 조용했던 김 과장이 입을 먼저 열었다.
“면접 때 항상 당당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합격의 비결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나를 치장하거나 면접관의 비위를 맞추려 답변을 하기보다 진솔하게 말했을 때 합격률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자신을 팔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 과장은 이런 당당함이 평소 지원 회사의 인재상, 재무제표 등을 보면서 준비할 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도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온다며 맞장구를 쳤다. “대학 때 수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제가 서비스업에 맞는 사람임을 알았어요. 40분간 역량 면접을 보는데 일하다 느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면접 중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대처법도 고수들은 달랐다. 수십 곳에 면접볼 기회를 얻은 허 대리는 경청을 강조했다. “면접장에서 다른 지원자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는 그들이 무슨 대답을 하나 지켜봤어요. 그런데 면접관들은 저의 이 모습을 보며 다른 이의 말에 경청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김 과장은 좀 더 세밀한 비법을 공개했다. “면접 질문은 크게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 가치관, 업무지식을 묻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모르는 업무지식 질문에는 솔직히 ‘덕분에 오늘 제가 몰랐던 것을 한 가지 배웠고 집에 가서 더 찾아보겠노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하지만 가치관에 대한 질문은 맞냐 틀리냐보다는 회사의 이념과 일치하느냐가 판단 기준이기에 평소 회사의 가치관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창의력과 관련해서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나 본인의 경험에 비춰 이야기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조 매니저도 위기를 넘긴 자신의 사례를 공개했다.
“어느 회사 면접 때 10가지 질문 모두가 제가 모르는 행정학 관련이었습니다. 마지막 1분 발언 때 그랬죠. ‘정치외교학 질문이었으면 석사급으로 대답했을 텐데 행정학 질문을 하셔서 제가 대답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라고요. 결과는 정답을 말하지 못했지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비법4 지레 두려워마라
영어·학벌?…마음가짐에 달렸다
최근 많은 기업이 시도하는 영어면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과장은 지레 겁먹지 말고 자신이 아는 영어를 최대한 열심히 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LG 영어 면접 중 단어 50개를 놓고 6개를 골라서 그것으로 문장을 만들어 보라는 거예요. 첫 단어가 ‘enemy(적)’였고 그 다음이 ‘fear(두려움)’, ‘strawberry(딸기)’ 등이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열심히 문장을 만들었더니 면접관이 ‘단어에 운이 없었네요’라며 위로해 주더군요.”
외국계 기업의 조 매니저도 “우리나라 사람은 영어로 밥 사먹을 정도는 되는데 처음부터 포기하는 게 문제”라며 “절대 어려운 거 안 물어보니까 겁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문기사를 영어로 요약하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고씨는 “함께 들어간 지원자 중에는 아는 영어 단어를 열심히 나열하기만 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도 합격했다”며 “글로벌 인재는 스킬보다 마인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 대기실도 중요하다. 84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조 매니저는 면접대기실에서 동료 지원자들의 기를 죽인 이야기를 꺼냈다. “지원 회사의 1년치 파일을 들고 열심히 보았어요. 당연히 옆자리 지원자들은 대단하다고 한마디씩 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면접에 임했던 것 같아요. 준비된 태도가 면접을 좌우합니다.”
하지만 고씨는 스펙이 좋은 지원자들에게 기죽지 말 것을 조언했다. “면접장에 갔는데 학벌이 장난이 아닌 거예요. 순간 이들과 내가 같이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제 자신이 기특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조 매니저는 지원자를 기억나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언급했다. “인터뷰 후 면접관에게 ‘결과가 어떻든 제 개인의 발전을 위해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히 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요청을 했을 때 면접관이 저를 다시 보게 된 것 같아요.”
고씨는 압박 면접에 대한 대처법도 알려줬다. “지원자 3명이 들어갔는데 경제상식을 내고 아는 사람은 손 들라는 거예요. 저는 순간 이건 알고 모르고보다 지원자의 대처법을 보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무조건 손을 들어서 제가 아는 것을 모두 이야기했어요. 결국 면접을 통과했습니다.”
고씨는 또 면접 때는 ‘우리 롯데는…’처럼 지원 회사 이름 앞에 ‘우리’라는 말을 넣어 말하면 친근감을 줄 것 같다고 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경쟁사를 언급해야 할 때는 이름을 밝히기보다는 ‘타 회사에서 인턴할 때’라고 적절히 말을 돌리면 궁금해하는 면접관이 자기소개서를 찾으면서 한 번 더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법5 조급증을 버려라
입사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직장생활 7~8년차 선배들은 입사가 전부는 아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 과장은 입사 후에는 모두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펙도 좋은데 입사 후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엔 별로였는데 차츰 주목받는 사람이 있어요. 입사 후엔 모두가 다 같은 스타트라인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합니다. 소통이 안 되면 점차 고립되거든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면 분명 성공할 것입니다.”
그는 요즘 입사자들은 뭔가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며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허 대리는 첫 합격에 대한 기쁨과 감사를 유지하면 재밌는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친구와 비교해서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면 손해예요. 오히려 취업준비생일 때를 생각해서 회사에 입사하니 밥도 주고 공부할 기회도 주고 사람 만날 기회도 주네 하면서 감사하고 기뻐하면 일도 재미있고 승진도 될 것 같아요.”
허 대리도 맞장구를 쳤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왔더니 기껏 도장 찍는 일을 시키느냐며 불평하면 성장이 없어요. 무협지를 보세요. 처음부터 무공을 가르쳐 주나. 복사하고 도장 찍는 일 잘하는 친구가 결국 다른 일을 맡겨도 잘하더라고요. 자신이 가진 것이 최고라고 여기면 거기에서 행복이 자랍니다.” 허 대리는 취업 후 자신의 취업 비법을 담은 책을 T스토어에 올렸다. 많이 팔렸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냥 매일 750원(1권 구매)씩 들어와요”라고 답했다. 나머지 3명은 모두 배꼽을 잡아야 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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