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영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퇴진으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2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시키고 집단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수펙스협의회 산하의 6개 위원회에 참여해 그룹 공동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계열사 이사회가 추인하는 방식이다.
수펙스협의회는 인재육성위원장을 겸임하는 김 의장을 중심으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전략위원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글로벌성장위원장), 김영태 사장(커뮤니케이션위원장), 정철길 SK C&C 사장(윤리경영위원장), 김재열 부회장(동반성장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 의장처럼 전문경영인이 SK그룹의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SK는 1998년 최종현 회장 타계 이후 손길승 당시 SK텔레콤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고 최태원 회장이 SK(주) 회장을 맡는 ‘투톱’ 체제를 5년 동안 유지했다. 특히 손 회장은 2003년 최 회장이 7개월간 구속됐을 때 그룹을 대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SK 안팎의 관측이다. 김 의장이 최 회장 역할을 대행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계열사별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가도록 지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열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했다. 김 의장 스스로도 “수펙스 의장의 역할은 조정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기획실 재무담당 임원과 구조조정추진본부장 등을 거친 김 의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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