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기상여금 600% 반영…기본급은 1.9% 인상 그쳐
LG 전자계열 3社 기본급 동결…車·조선업은 협상 진통 클 듯
[ 이태명 / 최진석 기자 ] 삼성전자와 LG 계열사들이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하면서 산업계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작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과 이를 반영한 고용노동부의 노사지도 지침이 나오면서 올해 기업들의 최대 경영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인건비 부담 급증을 우려해 노조와의 협상조차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LG, 발빠른 임금체계 개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임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1임금지급기(한 달)를 초과하지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직원들에게 정기상여금 명목으로 주는 월 기본급의 600%를 통상임금에 넣었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의 기본급을 받는 A직원을 가정해보자. 이전까지는 두 달에 한 번씩 기본급의 100%(300만원)씩을 상여금 명목으로 줬다면, 앞으로는 연간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1800만원(600%)을 12등분해 매달 150만원씩을 기본급에 추가해 준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이렇게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했을 때 발생할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일 보완책도 비슷하게 내놨다. 바로 예년 대비 임금인상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올해 임금 인상률을 최저 1.9%로 정했다. 여기에 호봉승급분과 고과에 따른 성과급을 포함해 △부장급 1.9~3.4% △사원 1.9~8.9% 등으로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따져볼 때 올해 임금인상률은 4.4% 정도”라며 “작년 5.5%보다 낮췄다”고 설명했다.
LG 계열사들도 비슷하다. LG전자의 경우 생산직 직원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월 기본급 인상분을 감안해 추가 임금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무직은 개인별 성과지표에 따라 연봉 협상 때 임금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임금체계 개편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들 두 기업과 달리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상당수 기업은 통상임금 범위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지급액이 상당한데다 휴일근로 등 초과근로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870만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여기에다 울산 등 주요 공장에서 연장근로, 휴일근로를 하는 근로자도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대로 통상임금 범위를 조정하면 연간 인건비 추가부담이 최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2012년 기준 연간 급여 총액이 5조6440억원이니 25%에 달하는 인건비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 1월 노조와 ‘임금체계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했지만 노사 상견례만 했을 뿐 아직까지 입장 교환도 하지 않았다.
재계는 자동차, 부품, 조선, 중공업 등 생산직 근로자가 많은 업종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통상임금 판결로 기업들의 인건비가 상승해 한국 산업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중소·중견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인건비 부담을 감내할 수 있지만 자금여력이 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기획본부장은 “노조가 강성인 중소 부품업체들은 자금 여력도 없는데다 노조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많아 인건비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을 경우 영업적자를 내는 기업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통상임금
연장, 야간, 휴일근로 가산수당 산정 시 기초가 되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사업장에서 일하고 받는 임금. 대법원은 근로의 대가이면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통상임금이 많아지면 일차적으로 각종 수당이 증가하고 이차적으로 퇴직금 등이 늘어난다.
이태명/최진석 기자 chihir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