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경찰서는 10일 숨진 전모(29·여)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살 동기와 촬영과정에서 강요나 협박, 모욕 등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아직 촬영과정에서 범죄 피해나 강압적인 촬영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서귀포경찰서는 이날 회의실에서 지난 5일 오전 '짝' 촬영지인 서귀포시의 한 펜션 화장실에서 숨진 전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방안에 설치된 카메라에 담긴 2시간 20분 분량의 영상과 전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등을 일부 조사한 결과 전씨가 촬영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힘들어한 부분은 확인됐지만, 촬영과정에서의 범죄 피해나 강압적인 촬영 요구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강경남 수사과장은 "유서에는 '애정촌(짝 촬영 공간)에서 많은 배려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등 방송에 대한 불만 관련 내용은 없었다"며 "그러나 통신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씨가 짝이 맺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카메라가 집중적으로 자신을 조명하자 부담감을 상당히 가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방송국에 도의적, 사회적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진 몰라도 위법한 부분은 아직 파악된 바가 없다"며 "출연자에 모멸감을 줬거나 강압적으로 촬영을 진행하는 등 형법상 강요나 협박, 모욕 등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었는지 촬영본을 확인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이 분석한 2시간20분 분량의 영상에는 기존에 경찰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전씨 사망 전 정황 외에 전씨가 노트 같은 걸 찢는 소리와 화장실에서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담겨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장인 화장실에서는 종이 한 장이 불에 탄 흔적이 발견됐으나 거의 다 타버려 내용을 확인하진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유서에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고, 내부 촬영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전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뒤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화장실을 드나든 사람이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 사망 원인을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남은 통신자료 분석을 마무리하는 한편, SBS에서 촬영본을 전량 제출받아 전담팀을 꾸려 지속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하지만 촬영본 분량이 매우 방대해 분석을 마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강 과장은 "SBS에서 촬영본을 전량 제출하겠다고 연락해 와 영상을 옮겨 받을 외장하드를 발송했다"며 "촬영본이 총 7∼8테라바이트 분량으로, 영화로 치면 400∼500편 정도 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BS측에서 촬영본 복사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간상으로 비는 부분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짝' 사전계약서에는 '정당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참여를 거부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 '참가자는 촬영에 성실히 응하고 제작진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합숙에서 배제되는 등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씨의 프로그램 출연은 지인의 추천으로 본인이 직접 신청했으며, 주변에서 반대하는 지인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통신자료와 촬영본 분석 결과, 방송 출연 전 전씨의 개인적 신병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살 동기를 밝힐 방침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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