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섭 기자 ] “벙어리 냉가슴이죠. 정부가 1인당 복리후생비를 부풀려 발표한 뒤 나중에 슬그머니 수정된 숫자를 내놓는 게 말이 됩니까.”
공공기관 간부 A씨는 지난달 27일 발표된 정부의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대책’을 보고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연은 이렇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바로잡겠다며 주요 기관의 1인당 복리후생비를 공표했다. ‘한국거래소 1488만9000원, 마사회 1310만6000원, 강원랜드 995만원’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공공기관의 실제 복리후생비는 이보다 낮았다. 정부 발표 이후 일부 공공기관은 복리후생비가 실제보다 높게 책정됐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재산정 결과는 당초 발표와 제법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예탁결제원의 경우 1인당 복리후생비는 정부 발표(968만원)보다 440만원 낮은 528만원이었고, 마사회도 1310만원에서 919만원으로 400만원 가까이 줄었다. 20개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의 1인당 복리후생비 평균은 837만원에서 657만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이유는 정부가 공공기관마다 다른 복리후생 비용 산정기준을 통일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마사회의 경우 직원들의 인건비에 포함돼야 할 고용보험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가 직원 복지비용에 추가됐고, 강원랜드는 스키장 아르바이트생에게 제공해 준 점심값도 정규직 직원 복지비용에 포함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제대로 계산했더라면 우리 회사는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의 잘못된 경영행태를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그대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확한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시일에 쫓겨 설익은 숫자를 내놓는 것은 문제다. 가뜩이나 개혁에 반발하고 있는 공공노조에 조직적 저항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공공기관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면서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어물쩍 넘어간다는 건 부당한 것 아니냐”는 항변은 타당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해명해야 한다.
김우섭 경제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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