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法개정 않겠지만 상황 호전되면 언제든 상정"
[ 이준혁 / 박상익 기자 ]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4년 만에 동네 병원들이 파업(집단 휴진)에 나섰다. 문을 연 병원이 전체의 71%로 훨씬 많았고 파업 사실이 미리 알려진 덕분에 큰 혼란은 없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이 문 닫은 병원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불편을 겪었다.
노환규 회장 등 의사협회 집행부는 오는 24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의협은 정부·새누리당과 물밑 협상에 나서는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안철수 의원 등 야권 핵심인사들과 접촉해 ‘파업 동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전국 곳곳서 진료 파행
파업에 참가한 의원들 중 일부는 휴진 안내문조차 붙이지 않고 문을 닫았다. 30분이나 1시간, 오전에만 잠깐 환자를 받고 오후에 문을 닫는 병원들도 꽤 많았다.
전국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만7000명) 가운데서는 7200여명(63개 병원)이 집단 휴진에 참여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컨대 경북대병원은 전공의 340여명 중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가해 이날 잡힌 수술 대부분이 연기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60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오전 중 파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100여명이 진료에 복귀했다. 인천 가천대길병원도 전공의 268명 중 188명(70.1%)이 휴진에 참여했지만 오후 진료에는 모두 복귀했다.
○파업 참여율 공방
보건복지부는 동네 병원 개원의들의 휴진율이 29.1%(8339곳)라고 발표했다. 전국 251개 보건소에서 전화를 통해 오전까지 현장조사 등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방상혁 의협 투쟁위 간사는 “자체 조사한 휴진 참여율은 47% 정도”라며 “영업정지·과태료 등 정부 제재를 피하기 위해 30분이나 1시간만 문을 열고 휴진에 참여한 의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중도보수층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평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파업은 의료계의 전면적인 투쟁이 아니라 개원의만을 위한 단 하루 ‘간보기’ 파업에 불과하다”며 “의협 회장이 파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전면 파업은 불투명
의협은 11일부터 23일까지 ‘환자 한 사람당 15분 진료, 하루 8시간 근무’ 등 준법 진료를 하고, 오는 24일부터 6일간 전면 집단 휴진(총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휴진 의사들에게 15일간 영업정지 등 강력 제재하겠다고 나서 총파업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고려해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당분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6일 차관회의를 통과했고, 1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안 상정이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시점에서 무리하게 법 개정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제라도 상황이 호전되면 상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혁/박상익 기자 rainbo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