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도 겁내지않는 '종이 호랑이' 전락?
리드, WGC 최연소 우승
[ 한은구 기자 ]
‘Tiger’s back’. 이 말은 과거 ‘타이거 우즈(39·미국)가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상당한) 우즈의 등(허리)’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우즈는 지난주 혼다클래식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쳤다가 바로 다음날 12번홀까지 5타를 까먹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에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캐딜락챔피언십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자신의 집에서 160㎞ 떨어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내셔널 도럴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를 놓칠 수 없어 출전을 강행했다.
○부상에 이어 멘탈도 붕괴
우즈는 이 대회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치며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까지 도약하며 타이틀 방어와 시즌 첫승 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0일(한국시간)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도 못 잡고 보기만 6개를 범하며 역대 최종라운드 최악의 성적인 6오버파 78타를 기록, 합계 5오버파 공동 25위로 미끄러졌다.
우즈가 잘 쳤다가 다음날 바로 망가지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 ‘롤러코스터’가 계속된다면 지난해 3월 되찾은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2위 애덤 스콧에게 넘겨주는 것도 시간 문제다. 우즈가 선수 생애 가장 당혹스러운 시즌을 맞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우즈의 체력적인 한계가 빠른 속도로 드러나고 있다. 선수시절 내내 괴롭혔던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목 부상에서 벗어났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통증이 나타나는 ‘부상 병동’이 돼버렸다.
지난해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는 왼쪽 팔꿈치 통증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 열린 플레이오프 바클레이즈에서는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자다가 허리가 뻣뻣해졌고 급기야 수술을 받은 왼쪽 무릎까지 경련이 이어졌다.
우즈는 이날 6번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샷을 한 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난주에 이어 허리 통증이 계속됐다”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치료를 받고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부상은 멘탈에도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 우즈가 지난해 여자친구 린지 본을 만난 뒤 심적인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골프 명예의 전당 멤버인 리 트레비노(75·미국)는 “우즈는 코스 밖의 생활을 감당하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신적인 면이 골프 스윙보다 게임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저 우승 스트레스 극심
잭 니클라우스(74·미국)의 메이저 대회 최다승(18승) 경신은 우즈의 최대 목표다. 그는 이를 위해 달려왔고 지금도 골프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2008년 US오픈에서 메이저 14승을 거둔 이후 5년 넘게 무승에 그치면서 이 목표가 스트레스로 변했다. 앞으로 우즈가 출전할 수 있는 메이저 대회는 최대 40개 정도다. 여기서 5승을 해야 니클라우스를 넘어설 수 있다.
PGA투어 통산 12승의 베테랑인 폴 에이징어(48·미국)는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초조함을 느끼고 그게 그의 실력을 갉아먹는다. 메이저만 오면 우즈의 부담감이 역력히 보인다. 게임이 부담된다면 그건 내리막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우즈는 평범한 선수…“두렵지 않아”
2013~2014 시즌이 3분의 1 정도 소화됐으나 우즈는 상금 랭킹 172위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이번 대회 상금 덕에 지난주 222위에서 50계단 상승한 것이다.
이제 동료들은 더 이상 우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즈가 앞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캐딜락챔피언십 우승컵을 안은 패트릭 리드(23·미국·사진)는 바로 앞에서 플레이한 우즈를 한번도 경계하지 않았다. 리드는 이날 우즈와 똑같이 빨간색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왔다. 그는 “우즈가 일요일 이렇게 입고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며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나 자신을 믿었고 이제 세계 최고의 선수 5명 중 하나가 됐다”고 감격해했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리드는 WGC 첫 출전 우승과 함께 최연소 우승 기록도 세웠다. 그는 지난 7개월간 14개 대회에서 3승을 거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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