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전담기구는 '옥상옥'
정보결정권 실효성도 의문
[ 장창민 기자 ] 금융회사들은 이번 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금융회사의 책임을 확대하는 쪽으로만 집중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보유출사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금융 정보보안 전담 기구 설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전담 기구 설치는 또 다른 ‘옥상옥’으로 정부의 권한과 규제만 강화하겠다는 생각 아니겠느냐”며 “정보가 유출될 경우 해당 금융사가 개인별로 별도 보상을 하고 또 법인에 많은 과징금이 매겨지는 것도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의 정보·보안 담당 부장은 “개인정보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고객들이 일일이 금융사에 정보 조회나 파기 등을 요청하고 이를 확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징벌적 과징금 역시 기존 매출액의 1%에서 3%로 높였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사들은 특히 마케팅에 대한 제약이 커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끼리 자유롭게 공유했던 고객 정보에 대해 사전동의가 없으면 영업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미 제공받은 정보의 활용기간도 3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줄이면 사실상 마케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계열사 간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영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금융지주사 체제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제한하면 기존 지주사 체제 자체를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다.
전산시스템 개발·운영 등에 따른 추가 비용과 인력충원 등의 어려움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책 시행 시기와 세칙이 빨리 나와야 금융사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