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런 목소리가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대한 농민단체의 반발 속에 나왔다는 점이다. 일본 농민단체는 쌀 등 농산물 개방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처음에는 강하게 나가던 아베 내각이 오히려 새로운 보조금을 도입하겠다며 무마책을 들고 나오는 분위기다. 일본의 의식 있는 농민은 이런 정부에 더는 농업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런 반성이라도 있다지만 정작 우리는 어떤가. 정부 보조금에 찌들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농가소득 중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3%다. 일본(52%)을 웃도는 것은 물론 EU(18%) 중국(17%) 미국(7.7%)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 그런데도 보조금을 더 내놓으라는 목소리들뿐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얘기만 나오면 농업이 망한다며 농민들은 극한 투쟁에 나서고, 그때마다 정치권은 파격적 보조금을 내놓는다. 한·칠레 FTA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의 한·미, 한·EU FTA가 다 그랬다.
그러나 보조금의 허구성은 다음달로 발효 10년을 맞는다는 한·칠레 FTA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농민단체는 연간 피해액이 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다 망한다던 포도농가는 오히려 소득이 두 배로 늘었다. 결국 폐업 지원금이다 뭐다 해서 헛돈만 썼다.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해야 솔직하다. 그런데도 올해만 수조원의 보조금을 또 퍼붓겠다는 것이다. 농업 보조금을 중단하라는 농민 자신의 목소리는 언제쯤 들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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