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극자외선 노광기 대신 기존 장비로 공법 개량…삼성전자, 20나노 D램 벽을 넘었다

입력 2014-03-11 21:53  

세계 최초로 양산 돌입
전력소비 줄고 속도 빨라져
10나노 D램 기반기술 확대



[ 김현석 기자 ] 삼성전자가 11일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 개발을 마치고 양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20나노 D램을 만든 것도 중요한 진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값비싼 새 장비 개발이 아닌 공법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양산에 성공했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기술을 개량해 20나노 D램 개발에 성공했고, 향후 10나노 D램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 없이 10나노 D램까지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삼성전자와 인텔, TSMC(대만) 등은 2012년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인 노광기를 만드는 ASML(네덜란드)에 모두 64억달러를 투자했다.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기 개발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조원씩 댄 것이었다. 회로선폭을 줄이는 D램 미세공정 기술이 20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대에서 한계를 보이자 EUV 노광기가 필요해진 탓이다. 그러나 개발 제품 가격이 대당 1000억원에 달하면서 상용화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를 공법 개량으로 극복했다.

지금껏 반도체는 미세공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회로선폭을 줄이면 전자 이동이 쉬워져 전력소비가 줄고, 작동 속도는 빨라진다. 한 장의 웨이퍼(기판)에서 뽑아낼 수 있는 반도체 숫자도 늘어난다. 20나노 D램의 경우 25나노보다 한 웨이퍼에서 30% 이상 더 만들 수 있다. 소비전력도 25% 적어진다.

문제는 회로선폭이 극한 수준인 20나노대로 줄면서 2012년부터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 매년 5~10나노씩 D램 회로선폭을 줄여온 삼성전자도 2012년 5월 25나노 양산을 시작한 뒤 2년 가까이 20나노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미세한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기술을 확보하지 못해서였다. 반도체는 회로도가 그려진 마스크(mask)에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패턴을 찍어 넣는 식으로 만든다. 이렇게 정밀한 빛을 쪼이는 게 바로 노광기술이다.

ASML이 독점하는 노광기는 값이 비싸다. 20~30나노급 노광기가 500억~700억원이나 하고, EUV 노광기는 900억~1000억원이다. 그런데 20나노 이하 제품을 만들려면 기존 노광기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EUV 장비를 사야하는데 워낙 비싸다 보니 업계는 엄두를 못냈다. 생산량이 늘어도, 투자비가 많이 들어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삼성은 20나노 벽을 깸으로써 모바일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D램은 크기가 작고, 소비전력이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값도 낮출 수 있다. 새 장비 투자 없이 개발에 성공해서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PC부터 모바일 시장까지 저전력 20나노 D램 비중을 빠르게 높이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은 올해 379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