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라이벌' GS샵이 CJ오쇼핑보다 형님인 이유

입력 2014-03-12 09:32  


[ 정현영 기자 ] '1위 브랜드' 타이틀을 놓고 겨뤄야 하는 유통업계에선 늘 숙명의 라이벌이 있다.

GS홈쇼핑CJ오쇼핑은 홈쇼핑 업계에서 호각지세(互角之勢)를 이룬다. 더욱이 다른 잣대로 저마다 '1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GS홈쇼핑은 취급액 부문 1위, CJ오쇼핑은 매출액 1위다. 올해도 이 기준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GS홈쇼핑은 여느 때와 같이 취급액을 내세워 '1위 굳히기'를 시도했다.

CJ오쇼핑은 이에 "취급액은 회사마다 계산 방법이 달라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신경전을 펼쳤다.

일반 소비자가 주체인 영업실적 면에선 이렇게 두 곳이 엎치락뒤치락이다.

서로 다른 잣대로 '왕좌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넘버 2'도 없다. 공동 1위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일종의 '배심원 판단'을 가미하면 어떨까. '배심원=소비자'라고 가정하면 전혀 무관하지도 않을 것 같다.

이들 모두 주식시장에 간판을 매단 곳이다. 상장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배당이다.

배당을 제 3의 비교 대상으로 대입, 단 1주라도 이들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수한다고 가정해 보면 다소 한 쪽으로 기운 라이벌 구도를 구경할 수 있다.

CJ오쇼핑의 경우 상장기업 기준(회계상 매출액)을 잣대로 주장하고 있어 '교집합 격전지'로도 증시라는 무대는 손색이 없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재테크를 하는 소비자'로 영역을 좁혀 나가면 GS홈쇼핑이 CJ오쇼핑보다 '절대 우위'에 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나누는 배당금에서 GS홈쇼핑이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 있어서다.

GS홈쇼핑의 2013년 취급액과 매출액은 3조2359억 원과 1조417억 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566억 원과 130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2%, 15%, 17%씩 늘어난 수치다.

CJ오쇼핑의 취급액과 매출액은 각각 3조700억여 원(추정)과 1조2606억 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571억 원과 108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와 13% 성장했다.

CJ오쇼핑의 매출액이 GS홈쇼핑보다 2000억 원 이상 높지만, 취급액은 반대로 1600억 원 가량 GS홈쇼핑이 앞선다.

취급액이란 해당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전체 금액의 합을 말한다. 한 마디로 제조원가 등 제조업체의 몫을 뺀 나머지 전부다.

CJ오쇼핑은 따라서 '애매모호한 취급액' 대신 상장사 공시기준인 회계상 매출액으로 업계 1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GS홈쇼핑이 매해 연초에 전년도 성적표를 내놓을 때 취급액을 넣고, CJ오쇼핑은 이를 집계하고도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심원이 봤을 때 업계 1위는 누구일까.

GS홈쇼핑의 올해 결정된 배당 총액은 210억 원, CJ오쇼핑은 120억 원이다. GS홈쇼핑이 약 두 배에 가까운 이익을 주주와 나누고 있는 셈이다.

1주당 배당금에서도 GS가 3500원으로 CJ보다 1500원 더 많다.

시가배당률(배당기준일 기준) 역시 GS홈쇼핑(1.2%)이 CJ오쇼핑(0.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GS홈쇼핑의 이러한 '주주 배려 정책'은 과거로 올라갈수록 더 또렷해진다.

이곳의 2012년 시가배당률은 2.04%, 당시 주당배당금은 3000원이었다. 1년 뒤 영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50% 이상 뛰어오르자 올해 배당금을 500원 올렸다. 주가상승으로 낮아

진 시가배당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배당성향(배당금 지급 능력) 유지에 애쓴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홈쇼핑은 전체 코스닥시장 내 배당금 3위(총액 기준)다. 6위인 CJ오쇼핑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업계 1위' 잣대 전쟁은 설왕설래만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 분모에 상장기업 원칙(배당)을 넣고 바라보면 GS홈쇼핑이 CJ오쇼핑보다 분명 큰형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당의 속뜻을 곱씹어 보면 넓은 의미에서 '주주와 약속'이란 말로도 통한다. 또 주주를 소비자의 하위 개념으로 놓고 보면 '소비자와 약속'이란 뜻도 가능하다.

배당은 한 회사가 1년 동안 땀흘리며 일해서 생긴 이득을 소리없이 지지해준 주주들과 나누는 것이다.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어야만 나눌 수 있고, 당연히 이익을 많이 거둔 상장기업이 배당도 많이 준다.

그래서 여의도 증권가(街)는 12월 결산법인들의 배당기준일(12월31일)을 앞두고 과거 배당 성향을 파악해 미리 주식을 담아두기도 한다. 증시에선 인기의 '바로미터'다.

'진정한 왕좌'는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도 흔들리지 않는 1위라야 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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