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행복한 사전’ 책 한권에 담긴 우리의 인생

입력 2014-03-12 16:14  


[최송희 기자]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화한다. 살아남으려면 나 역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 모두가 주변을 둘러볼 여유 없이 치열한 삶을 사는 가운데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고 있는 남자가 있다. ‘행복한 사전’의 마지메 미츠야(마츠다 류헤이) 이야기다.

영화 ‘행복한 사전’(감독 이시이 유야)는 일본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미우라 시온 작가의 베스트셀러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1995년, 한 출판사의 ‘사전편집부’에 공석이 생기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출판사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사전편집부에서 사전편찬에 힘써왔던 아라키 코우헤이(코바야시 카오루)가 아내의 지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고, 사전편집부는 그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출판사의 또 다른 골칫거리인 영업부 마지메를 스카우트한다.

세상과 단절돼 회사사람들에게 ‘괴짜’ 취급을 받았던 마지메는 ‘오른쪽’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사전편집부에 영입 됐지만 이후 팀원들의 열정과 단어 수집이라는 행위에 큰 매력을 느껴 사전 만들기에 인생을 걸게 된다.

이 같은 마지메의 성실함과 사전에 대한 진지함은 사전편찬에 염증을 느끼던 니시오카 마사시(오다기리 죠)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 역시 마지메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15년 간 수작업으로 만든 ‘대도해’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극중 마사시가 말했듯 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다. 매일 단어 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며 새로운 단어들을 수집하고, 매일 같이 교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따분하고 지루한 작업은 15년 간 매일매일 이루어지며, 영화는 이 긴 시간을 촘촘하게 영화에 담아냈다.
이처럼 ‘행복한 사전’의 시간은 더디게 흐르지만, 15년이라는 시간은 마지메와 마사시, 그 외 많은 인물들에게 변화를 안겼다.

영화 초반 등장한 주인공 마지메는 사회성 결여에 자신감도 없는 남자였지만 사전편집부 사람들과 하숙집 손녀 하야시 카구야(미야자키 아오이)와 어울리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알게 된다.

특히 마지메는 카구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정의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를 더 많은 단어, 즉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한 발 한 발, 더디지만 확실한 마지메의 성장은 ‘행복한 사전’ 속 가장 큰 울림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113분 간 마지메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해내고 있는 많은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그 따듯한 응원 메시지는 시종일관 유쾌하며 따스한 분위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또한 영화 속 주요인물인 마츠다 류헤이, 오다기리 죠, 미야자키 아오이의 열연도 눈여겨 볼만 하다.

‘마지메’라는 이름답게 성실함 그 자체를 연기하는 마츠다 류헤이와 특유의 힘을 뺀 연기로 시종일관 사랑스러움과 소소한 웃음을 주는 두 남자 배우의 조합은 물론, 마지메의 든든한 후원자 미야자키 아오이의 사랑스러운 모습 역시 ‘행복한 사전’의 풍미를 더하는 요소.

‘행복한 사전’은 일종의 발견이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하는 순간과도 같다. 이러한 순간의 발견들은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에게 천천히 숨을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라는 권유의 메시지기도 하다.

한편 수많은 단어, 곧 우리의 인생이 담긴 ‘행복한 사전’은 현재 전국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제공: 씨네그루㈜다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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