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민 기자 ] 우리은행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 자율협약에서 빠지기로 했다. STX그룹에서 덩치가 제일 큰 계열사인 STX조선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처럼 은행이 발을 빼고 꼬리 자르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포스텍 대한조선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랐다. 금융권의 공조체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銀 “추가 손실 막겠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STX조선 채권의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채권단이 향후 STX조선에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과정에서 손을 떼겠으니 보유 중인 채권을 되사달라는 요청이다. 우리은행이 지금까지 STX조선에 내 준 대출 및 보증액은 2500억원이다. 채권단은 통상 매수청구된 채권을 청산가치 수준에서 매입한다.
우리은행의 결정은 STX조선의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부실채권비율 상승으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점도 고려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TX조선 여신은 모두 ‘고정’ 이하로 분류해야 해 자금을 계속 투입할 경우 부실비율이 더 높아진다”며 “MOU를 지키려면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실이 나겠지만 추가 손해를 막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99%(작년 말 기준)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STX조선 자율협약 참여사는 산업은행(채권액 비율 34.61%) 수출입은행(20.86%) 농협은행(18.11%) 정책금융공사(13.01%) 우리은행(7.35%) 신한은행(2.02%) 외환은행(1.23%) 무역보험공사(2.81%) 등이다. 이들의 대출·보증은 약 3조원 규모다. 여기에 추가로 1조8000억원이 지원되면 총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구조조정 기업 채권단 이탈 잇달아
우리은행의 결정에 따라 다른 채권금융회사들은 신규 지원자금 1조8000억원 중 우리은행 분담분 1400억원을 채워넣어야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빨리 지원해야 회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나머지 은행들이 추가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나 정책금융기관들의 채권 비중이 높아 우리은행이 이탈해도 당분간 경영정상화 작업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신한 외환 등 다른 은행들의 연쇄 이탈 우려가 제기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들 사이에선 ‘우리만 손해 보고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어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에 반대매수청구 철회를 압박 중”이라며 “우리은행이 금융당국과의 재협의를 거쳐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의 구조조정 이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말 국민·부산·대구은행 등은 포스텍에 800억원 신규지원을 거부하고 발을 뺐다. 연초엔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대한조선 채권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팬택 자금지원 과정에선 국민·신한·하나은행이 빠져나갔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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