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북부 가뭄·저기압·북서풍 '3대 조건' 완성 중
[ 강경민 기자 ]
이달 말께 한반도에 ‘슈퍼 황사’가 찾아올 전망이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해 고농도 미세먼지를 함유한 황사가 전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황사 발원지인 중국 동북부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한반도에 독한 황사가 밀려올 조건은 이미 갖춰졌다”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순께 전국에 황사가 찾아와 황사특보가 발령될 것”이라고 13일 예보했다. 이달 말께 황사특보가 발령되면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도 “이달 말께 황사 발원지에서 한반도로 바람이 흐르는 기압배치가 자주 형성되면서 황사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황사가 미세먼지와 합쳐지는 날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에 농도 짙은 ‘슈퍼 황사’가 찾아오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중국 동북부 지방이 극심한 가뭄을 겪는 경우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는 고비사막 및 동북 3성(지린 랴오닝 헤이룽장)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곳의 지난 1~2월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동북부 지역에 저기압이 발달하는 것도 ‘슈퍼 황사’ 가능성을 높여준다. 저기압으로 인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 바람이 모래먼지를 상공에 띄우기 때문이다. 마지막 조건은 황사 발원지에서 북서풍이 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공으로 솟아오른 황사가 서해를 건너 한반도로 밀려오게 되는 것이다.
최근 3년간 황사가 뜸했지만 올해는 독한 황사가 발생할 조건이 형성돼 있다는 게 기상청과 케이웨더의 공통된 지적이다. 2012년과 지난해엔 단 한 차례도 황사특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황사는 미세물질 농도에 따라 ‘옅은 황사’, ‘짙은 황사’, ‘매우 짙은 황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짙은 황사는 황사주의보가 발령되는 기준으로, 미세물질이 ㎥당 400~800㎍ 포함돼 있다. 매우 짙은 황사는 ㎥당 800㎍ 이상의 미세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황사경보가 발령된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중국 내륙지방의 스모그에 따른 미세먼지가 황사와 합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선 지난해 10월 초미세먼지 경보제가 도입된 이래 총 네 차례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함유된 황사가 찾아올 경우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날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도로 분진 2000을 청소차 389대를 동원해 모두 청소하겠다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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