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네 덕, 내 탓

입력 2014-03-13 21:15   수정 2014-03-14 04:23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네 탓' 사고가 문제
문제와 해답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길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2월만 되면 몸담고 있는 조직이 다소 들썩인다. 부서·개인 성과평가가 있어서다. 사전에 정해진 평가지표와 평점기준에 따라 사람마다 우열과 등급이 가려지고, 이를 토대로 성과급과 연봉이 정해지기 때문에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성과평가와 관련해 수치화할 수 있는 실적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기여도’ 평가에 있다.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에, 피평가자 상호 간에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팀 과업을 수행하고 나서 구성원별 자기 공헌도를 개별적으로 조사해 모두 더해보면 100%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편과 아내에게 가사 분담 비율을 물어도 마찬가지다. 책·논문 공동 저자 간에도, 심지어는 노벨상 공동 수상자 간에도 일어나는 문제다. 몫의 분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어떻든 자기 몫이 커야 공평하다. 모두 ‘자기중심주의’ 편견이 작용해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사실 그것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중심주의는 ‘잘되면 내 덕, 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심화시킨다. 오죽했으면 ‘승리는 1000여명의 아버지를 갖고 있지만, 패배는 고아나 마찬가지다’라는 말까지 있을까. 자기중심적 사고는 올바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며, 타협과 협상을 가로막기 쉽다.

어떻게 하면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면서 저지르는 오류를 막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고, 외부자의 관점으로 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누구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 속으로 들어가서 어떤 일에 있어 자기의 역할이 뭔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중립적·객관적으로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인식 조절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필자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공정하게 결정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여러 가지 연(緣)·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정에 많은 외부인을 참여시키고 있다. 또, 공개하고 있다.

경제주체 간 만연된 자기중심적 사고가 완화되고 극복될 때, 문제와 해답을 남이 아니라 먼저 자기에게서 찾는 자세와 분위기가 형성될 때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도 해소되리라 본다.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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