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반행사 많은 P&G…완벽한 매뉴얼 맥도날드
리더가 중요시 하는 관점따라 조직운영·성공법칙 갈려
지인들과 함께 ‘인생은 OO이다’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짧은 글짓기는 각 사람의 인생관을 엿보게 해주는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가, 대하소설이라는 표현도 공감을 샀지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이는 따로 있었다. 그는 인생이 한 편의 연극이라고 말했다. 연극처럼 우리 인생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배우는 매순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에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을, 결혼을, 직장을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관점에 따라 사람의 행동도 달라진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관점이 어떠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조직문화 및 리더십 전문가 볼먼 교수와 딜 교수는 ‘조직의 프레이밍 전환’이란 책에서 다음 네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혹시 우리는 특정한 관점에 매몰돼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첫 번째, 구조화 관점의 리더는 조직을 공장이라고 본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을 구조화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장을 가진 제조업의 리더만이 관점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매출 1위의 햄버거체인 맥도날드는 구조화 관점으로 세계를 석권했다. 맥도날드의 직원들은 분업화된 조직 속에서 탄탄하게 만들어진 매뉴얼을 따라 일을 한다. 햄버거 제조법과 오류 방지를 기록한 매뉴얼이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체계적으로 조직과 업무가 구조화됐을지 짐작이 된다.
두 번째, 인적자원 관점의 리더는 조직을 일종의 가족이라고 본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원들이 만족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20세기 초 구조화 관점이 극에 달해 비인간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이 관점이 등장했다고 한다. 미국의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SAS는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 회사의 복지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직원들은 자녀와 빨래를 차에 싣고 출근, 아이와 빨래를 각각 회사가 운영하는 탁아소와 세탁소에 맡긴다. 회사가 제공하는 식사를 마친 후 일하다가 근무에 지치면 안마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물으면 리더는 재미난 비유로 답을 대신한다. “행복한 젖소가 우유를 많이 만듭니다.”
세 번째, 정치 관점의 리더는 조직을 정치 현장이라고 본다. 이들이 말하는 정치란, 모든 개인과 조직은 희소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갈등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내 정치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되 공정함이 유지되도록 원칙을 강조한다. 2세가 경영권을 승계할 즈음에 창업주가 2세에게 전사 단위의 프로젝트를 맡겨서 단기간에 조직을 파악하고 프로젝트 팀에 모인 우수인재와 교류하게 배려하는 것은 바로 정치 관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상징 관점의 리더는 조직을 신념 단체라고 본다. 신앙단체가 신앙인들이 절대자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모여 만든 조직인 반면, 신념 단체란 기업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리더들은 기업의 가치관이라는 신념체계를 전파하는 사제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 이해집단 간 갈등이 지나쳐 조직이 사분오열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가치관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IBM은 한때 직원들에게 금연을 강조하고 결혼을 장려하며 비슷한 복장을 하도록 권장했다. P&G는 가족동반 행사를 권장해 직원 가족까지 서로 친하게 지내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직원의 자녀들이 같은 학교를 다니면 대를 이어 친구로 지내는 것도 바로 상징 관점이 강조된 결과다.
리더는 자신이 관점이 특정한 형태에 고착돼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성장하면 사춘기에 이르러 부모가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현명한 부모라면 자녀의 성장을 인정하고 자녀의 성숙도를 감안하여 좀 더 평등한 대화를 시도하는 등 적절한 방식으로 자녀를 훈육할 것이다. 기업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직원 숫자가 두 자리에서 세 자리로 늘어나고, 지방과 해외에 지사가 생길 즈음에는 기업도 성인으로 성장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조직 상황에 맞는 관점을 갱신해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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