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휴게소 대기업 위탁운영·대형 복합쇼핑몰 입점
이 기사는 03월14일(09: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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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가 연루된 비리의혹으로 좌초된 행담도개발사업이 10년 만에 새주인을 찾는다. 2001년 개장 이후 별다른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노후화한 서해안고속도로의 행담도휴게소(행담도오션파크리조트)가 새단장하고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씨티그룹이 행담도개발의 지분 90%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씨티그룹이 지분을 매각하려면 행담도개발 지분 10%를 갖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동의가 필요했다. 매각가격은 약 950억원이다. 이로써 행담도개발은 2005년 김재복 전 행담도개발 대표와 고(故) 노무현 정권의 정관계 인사들이 비리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좌초된 지 10년 만에 제대로 된 주인을 찾게 됐다.
행담도개발을 인수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의 펀드는 교직원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국내 9개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펀드다.
행담도개발사업은 충남 당진과 경기 평택 사이의 섬인 행담도에 복합관광휴양 및 종합유통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47만3142㎡ 면적 가운데 9만247㎡에 행담도휴게소를 짓는 1단계 사업을 2001년 마무리지었고, 30만2348㎡에 해양 관광휴양시설을 조성하는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2004∼2005년 김 전 대표가 친분있는 정ㆍ재계 인사를 동원해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노 정권 실세였던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대법원 판결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정태인 전 기조실장은 유죄가 확정됐다.
사업이 중단되면서 미국 씨티그룹은 개발비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 8300만달러를 재매입해 출자전환했다.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자회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대신해서였다. 미국 씨티그룹이 행담도개발 지분 90%를 가진 대주주가 된 이유다.
행담도개발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한 건 씨티그룹이 지난해 보유지분 90%를 매각하기로 하면서다. 연평균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행담도휴게소를 포함한 행담도개발 인수전에는 동원그룹-사모펀드(PEF) 운용사 EQ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맥쿼리자산운용 펀드가 맞붙었다.
동원그룹-EQ파트너스가 먼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도로공사가 요구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맥쿼리자산운용으로 인수자가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M&A 경험이 부족한 동원그룹과 PEF의 특성상 요구조건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EQ파트너스가 한 배를 탄게 문제"라며 "반면 맥쿼리자산운용 펀드는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곳이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3~5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는 PEF와 달리 20년 이상 장기투자가 가능한 자산운용사라는 점도 도로공사가 맥쿼리의 손을 들어준 배경이었다. 맥쿼리자산운용 펀드의 만기는 20년으로 22년 남은 행담도개발 사업권의 만기와 비슷하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만기를 2년 추가로 연장할 계획이다. 행담도개발 사업권이 끝날 때까지 행담도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인수가 확정되면 맥쿼리자산운용은 이미 고속도로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 운영권을 위탁할 계획이다. 10년 넘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노후화한 행담도휴게소도 시설개선이 크게 이뤄질 전망이다. 또 대형 복합쇼핑몰을 입점시켜 행담도를 휴게소 겸 쇼핑센터로 운영할 계획이다. 관광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이었던 남은 부지는 도로공사에 반환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휴게소 가운데 교통량이 가장 많은 행담도휴게소에 투자가 이뤄진다면 10년 넘게 표류했던 행담도개발사업도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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