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정기주주총회가 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 측의 의안 반대와 경영진 자질 지적 등에 안건 통과가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번 주총은 지난 1월 창립 53년 만에 노조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것이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는 주총 시작 30분전부터 사측의 교섭 지연을 비난하는 피켓시위가 벌어졌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1시간40여분이 지나 종료됐다. 그간 주총은 30분 내외로 진행됐다.
이남현 노조 지부장이 "우리사주의 의결권 위임이 부당한 방법으로 방해받았다"고 항의면서 회의가 초기부터 삐걱댔다.
노조 측은 또 고배당 정책, 대신저축은행 사업성, 통신사 제휴 마케팅 관련 200억 원 손실, 삼성동 땅 매입 목적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회사가 증권업 불황에 적자로 돌아설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영진이 희생정신을 보여주지 않았다고도 비난했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발언권을 두고 여러 차례 언성이 오갔다. 회사측이 "의안과 관계 없는 발언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잇따라 경고하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나재철 대표이사는 "위임은 자유의사로 이뤄졌고 법적 흠결이 없었다"며 "회사는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 철저한 손익관리에 힘썼다"고 말했다.
이날 나재철 대표이사와 양홍석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사외이사 선임안 등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노조 측은 우리사주 의결권 639만여주(1.2%)를 위임받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지분이 낮아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사 보수한도를 10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낮추는 수정안 제안도 채택되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표 대결보다는 잘못된 경영 관행에 목소리를 내고 사측의 교섭 회피를 규탄하는 것에 의의를 뒀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는 현재 대신증권지부와 기업단위 노동조합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이들 노조는 지난달 24일 교섭대표 단일화 협상에 실패하면서 사측과 개별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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