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북녘에 100만 포대 비료 보내기 행사가 취소된 사연

입력 2014-03-14 15:29  

(전예진 정치부 기자) “많은 우려가 있었음에도 제가 밀어붙였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사과 말씀 드립니다."

13일 오전 8시.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으로부터 문자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단군성전에서 개최하려고 했던 ‘북녘에 100만 포대 비료 보내기’ 국민운동 선포식이 연기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홈페이지 개편이 늦어져 홍보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민화협은 전날 밤새 의장단 의장들에게 밤새 양해를 얻어 결국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기자들에게도 행사 5시간 전에 취소 문자를 보낸 걸 보면 상황이 급박하긴 했나 봅니다.

애초부터 이 행사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홍 의장은 일주일 전 “꿈에 백범 김구 선생의 계시를 받았다”며 ‘북한에 비료 100만 포대 보내기’ 범국민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1인당 1만2000원인 질소 비료 20㎏ 한 포대씩, 총 100만명의 후원자를 모아 120억원의 후원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원대한 계획을 세운 홍 의장은 “대의원들이 승인해 주면 의장단이 빨리 상의해 실행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100만 구좌(포대)만 마련하면 뒷일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감당해 줄 것”이라고 호기를 부기렸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계에서는 “아무리 친박 진영의 핵심 인물이었다지만 국제 정세를 고려해서 결정해야할 일을 포부만 가지고 추진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UN의 대북제제와 5.24조치로 북한에 대한 지원이 가로막힌 상태에서 비료를 지원하겠다니 우려스러울 수 밖에요.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북한은 우리의 구제역 지원도, 적십자 실무접촉도 거절하고 대화의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를 놓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고심하는 상태에서 민화협이 앞장서 범국민 운동을 벌이는 것을 부담스러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민화협은 행사 당일 새벽에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 187개 회원단체장과 1000여명의 원료 인사를 초대하려고 했다가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준비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홍 의장이 이제라도 깨달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선의를 갖고 있다고 해도 남북관계는 의욕만 갖고 밀어 붙일 것이 아니라 대내외 분위기를 살펴 ‘돌 다리도 두드린다’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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