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긴축서 선회…새 처방 논란
[ 워싱턴=장진모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부자증세 등 정부의 재분배 정책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IMF는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갈수록 커지는 소득격차가 거시경제의 안정과 지속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며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도 소득불균형 확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인상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출 확대 등 재분배 정책으로 소득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엄격한 재정긴축을 강조해온 IMF가 복지 확대 등의 새로운 처방을 내놓음으로써 논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IMF의 이번 보고서는 세금 인상과 복지 확대가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성장을 저해한다는 전통적인 견해와 상충되는 것”이라며 긴축 기조에서 완연히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작년 말부터 강연 등에서 소득불균형 해소를 강조해왔다. IMF는 지난달 말에도 세 명의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작성해 블로그에 올린 보고서에서 “재분배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립튼 IMF 수석부총재는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재분배는 소득불균형을 줄여주기 때문에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기존 발언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립튼 부총재는 “재분배 정책을 과도하게 밀어붙일 경우 왜곡될 수 있지만 적절한 재분배는 저소득층의 인적자본을 강화시키면서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선진국의 재분배 정책과 관련,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예로 들면서 고소득층이 주로 혜택을 받는 세액공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재산세를 인상해 그 재원으로 저소득층 교육과 건강보험에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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