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석 빼곡…서서 듣기도
질문 쏟아져 예정시간 넘겨
SK하이닉스
신규채용 대부분 이공계
인문계 학생 거의 안보여
[ 공태윤 기자 ]
#1. 지난 3월13일 오후 1시20분 서울 연세대 공학원 강당. 1시30분부터 열리는 CJ E&M 상반기 채용설명회를 앞두고 250석의 좌석이 꽉 찼다. 시간에 맞춰 설명회장에 들어온 취업준비생들은 빈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서 들어야 했다.
#2. 이날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SK하이닉스 채용설명회도 열렸다. 하지만 참석 학생들이 적어 예정 시간보다 늦은 오후 4시8분에야 채용설명회가 겨우 시작됐다. 그마저도 설명회 시작 때는 참석자가 30여명에 불과했다.
인문계 출신을 주로 채용하는 기업과 이공계생을 주로 뽑는 기업의 채용설명회장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취업난이 극심한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채용설명회장에 몰려들고 있다.
CJ E&M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PD 오디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가산점이 있는지 등 질문을 쏟아내 예정된 1시간30분이 모자랄 정도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 대학의 김모씨(영문학4)는 “어문학 출신을 뽑는 기업이 상반기에 거의 없는데 CJ E&M에서 채용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CJ는 오는 18일까지 10개 계열사에서 600명의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원서를 받는다. 이상환 CJ E&M 인사팀 과장은 “아무래도 전공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어 학생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CJ E&M 설명회가 끝난 뒤 오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SK하이닉스의 채용설명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시작 시간에 맞춰 설명회장을 찾은 학생이 많지않았고, 뒤늦게 참석한 학생을 포함해도 60~70명에 그쳤다. 이공계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다 보니 굳이 채용설명회에 참석할 필요가 없어서다.
설명회장에서 만난 학생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 인기 직장으로 꼽히지만 취업이 비교적 수월한 이공계생들은 취업설명회에 반드시 참석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학 전기전자공학과 취업률은 88.2%에 달했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 분야 채용담당자들이 회사 소개를 마쳤지만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았다. 오는 21일까지 원서를 받는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 제조기술,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이런 현상은 전날 열린 서강대 채용설명회에서도 빚어졌다. 오후 3시부터 서강대 공학관에서 열린 삼성SDS 설명회에는 20여명만이 참석했지만 같은 시간 경영대에서 열린 CJ그룹 채용설명회에는 300석 규모 강의실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몰렸다.
취업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인문계 채용을 줄이거나 상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그룹이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 5500명 중 85%가 이공계였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이공·인문계 채용 비중이 8 대 2 정도로, 인문계 출신에겐 대기업 취업이 좁은 문이다. 이달 초 현대차는 이공계생만을 대상으로 공채를 진행하고 인문계생은 상시채용을 통해 뽑겠다고 선언했다. 21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는 LG화학도 이공계생만을 대상으로 공채를 진행 중이다.
인문계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대학의 취업센터장은 “인문계 상시채용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이 큰 게 사실”이라며 “이공계 중심의 채용 트렌드는 앞으로 고교생의 문·이과 지원 비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상시채용은 스펙이 부족하지만 관련 직무 쪽에서 경력을 쌓은 지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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