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우 팀장 "영웅의 군단 OST에 내 청춘 바쳤다"

입력 2014-03-16 09:18   수정 2014-03-16 22:29

<p>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출시해 쓸쓸한 솔로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준 게임이 있다. 바로 엔도어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영웅의 군단'이다. 4년이 넘는 개발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명품 RPG '영웅의 군단'은 보름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3월 15일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9위를 기록하는 등 넥슨의 모바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p> <p>
그런데 최근 '영웅의 군단'에서 큰 실수를 한 것이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딩 화면에서 멈춰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는 것. 직접 게임을 다운로드한 기자 역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었다. 로딩화면에서 음악이 너무 좋아 차마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p> <p>3월 13일,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두고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엔도어즈 사옥에서 유저들에게 무한 로딩을 선물한 김달우 엔도어즈 사운드 팀장을 만나보았다.
</p> <p>8년간 게임 음악만을 연구해온 달인, 김달우 팀장은 '영웅의 군단' 주제곡을 위해 독일까지 건너가 교향악단과 녹음을 할 정도로 게임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와 함께 게임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영웅의 군단' 음악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부터 에피소드까지 다양하게 이야기해보았다.</p> <p>■ '150여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영웅의 군단' OST에 참여'</p> <p>게임업계는 자유로운 분위기 탓인지, 유난히 이력이 독특한 사람이 많다. 김달우 팀장 역시 그 중 하나다. 풀네임은 사실 '김달우 피터'라고 소개한 그는 알고 보니 캐나다 국적으로, 17살 때 한국에 건너온 해외파였다.</p> <p>그거 처음 음악에 눈을 뜬 것은 아버지의 위로 때문이다. 김 팀장은 '보기와는 다르게 예전부터 감수성이 풍부해 시 쓰는걸 좋아했다. 하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음악을 한번 붙여보라고 충고를 해주셨고, 나중에 이 멘트를 한 것을 굉장히 후회하셨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p> <p>'엔도어즈로 오기 전까지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처음은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서강대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갔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다 음악을 제대로 해보려고 SM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갔는데, 작곡보다는 아티스트 관리하는 일을 하며 또 한번의 실패를 겪었다. 엔도어즈는 게임회사로도, 음악 회사로도 첫 직장인 셈이다.'
</p> <p>현재 엔도어즈에서 8년째 지내고 있는 그는 아직도 '일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회사 생활에 푹 빠져 살고 있다. 김 팀장은 '엔도어즈에 오니, 한국말 쓰는 사람이 한국에 온 기분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외톨이같은 기분이었는데, 엔도어즈는 고향 같았다'고 이야기했다.</p> <p>그렇다면 고향같은 엔도어즈에서 만든 자식 같은 '영웅의 군단'에서 그는 어떤 일을 담당했을까?</p> <p>'현재 엔도어즈에서 '영웅의 군단' 미디어 팀원은 나를 포함해 4명이다. 사운드 팀장으로 효과음을 디자인 하는 것을 제외하고 소리와 관련된 것은 모두 다 했다.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코러스도 했다. 영어로 이름의 이니셜이 BGM이 되는 민부기씨가 사운드인터그레이터로 기술적 부분과 음악적 부분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엄경진씨와 안용재씨는 사운드 디자이너로 효과음 쪽을 맡고 있다. 직접 효과음 녹음도 하는 실력파 친구들이다.'</p> <p>이 외에도 외부 인력으로는 음악 자체 제작자가 10명이고,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 코러스, 오케스트라 등을 포함해 150명이 '영웅의 군단' 음악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p> <p>■ '게임 OST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음악'</p> <p>한밤중에 TV에서 나오는 라면이 먹고 싶은 이유는 새빨간 국물의 비주얼적 효과도 있지만, 후루룩 후루룩 소리가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소리가 유저들의 플레이 경험에 큰 역할을 한다.</p> <p>김 팀장은 '음악이 게임에서 중요한 이유는 어느 장면에 대한 감정을 극대화해주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성우 연기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배경에 깔린 음악에서 게임 음악은 사람들에게 감정을 심어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p> <p>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스피커를 빵빵하게 틀고 게임을 하는 게 꿈인 유저도 있을 정도로 음악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며 MP3를 들으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설정에서 아예 배경음악을 꺼두는 유저도 쉽게 볼 수 있다.</p> <p>
김 팀장은 '아무래도 모바일은 용량의 한계에 따른 시스템적 제약이 크다. '영웅의 군단'을 만들며 가장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소리를 끄지 않도록 할까?'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스토리라인에서의 음악에 집중하기보다 초반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로딩 때 들어간 '레테' 역시 그런 이유로 앞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p> <p>최근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가장 뜨겁게, 그리고 지겹게 달군 음악은 누가 뭐래도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이다. 심지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Let it go'와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은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p> <p>김 팀장은 '겨울왕국 OST가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보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러한 흐름이 이제 '게임으로 넘어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p> <p>게임 음악과 일반 음악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는 게임 음악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음악'이라 말한다.</p> <p>'게임 음악은 영화 음악과 일반 음악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가요는 가사가 들어가 직접적이고, 게임은 감성을 자극하는 감정적인 음악이다. 영화의 경우 시간의 순서에 따라 풀어가지만, 게임은 공간을 묘사한다. '영웅의 군단' OST를 만들며 좁은 공간에 사운드를 쑤셔넣는게 아니라 기대치를 넘기는데 주력했다.'</p> <p>■ '멜론에서 괴물같은 평점 5.0과 엠넷 0.01% 순위'</p> <p>
본격적으로 '영웅의 군단'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는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한 소감으로 '부끄럽다'고 전했다.</p> <p>김 팀장은 ''영웅의 군단' 출시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원래 쑥쓰럼을 타는 편이라 팀원들에게도 만든 노래를 집에 가서 들으라고 할 정도인데, 부끄러웠다'고 이야기했다.</p> <p>현재 '영웅의 군단' OST는 음악 사이트 멜론에 올라가있다. 김달우 팀장은 '멜론에서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평점 만점을 받고 있다. 엠넷에서도 1000위에 올랏다. 1000위라고 하면 '에이, 그게 뭐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총 500만개의 곡 중 1000위라면 상위 0.01%다'고 살짝 자랑을 늘어놓았다.</p> <p>그는 '우쭐하다기보다 진심을 다해 만드니까 사람들도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는구나 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고 있다. 만드는 과정에서는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가는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등불이 켜진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잘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기기도 했다'고 전했다.</p> <p>유저들의 관심은 정말로 뜨겁다. '들어도 들어도 마음에 와닿는다', '게임을 하다가 OST에 빠질줄이야', '진짜 노래와 게임 모든게 완벽' 등의 의견을 보였다. 물론 평점도 5.0으로 괴물이다.
</p> <p>가장 인상깊은 리뷰를 묻자, 김 팀장은 웃으며 '게임 서버 점검을 할 때, 어느 유저가 '자, 이제 음악 감상 시간이다'라고 이야기해주어 고마웠다.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운전을 못하는 앞차 때문에 화가 나서 내렸는데, 알고보니 미인이 있는 느낌인 것 같다. 음악으로 화가 누그러지셔서 다행이다'고 말했다.</p> <p>몇몇 리뷰 중, '이게 어떻게 게임 음악이냐', '게임 OST로 하기엔 아깝다'라는 의견도 보였다. 하지만 김 팀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p> <p>'게임 음악이 대중적이지는 않다보니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힘들겠지만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 처음 앨범을 발매한다고 했을 때, 사업팀에서는 반대를 했다. 유저들에게 상업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무료로 나눠주어 많은 유저들이 듣는것도 좋지만, 홍보물이 아닌 디지털콘텐츠로서 자존심이 있다. 이것은 음악이다.'</p> <p>■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로마', 모두 눈 감고 연주'</p> <p>앨범에 수록된 15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음악을 묻자 김 팀장은 '자식들 중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묻는것과 같다'며 난처한 듯 웃었다. 하지만 이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로마'이다. 로마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환상이 주가 되었다'고 전했다.</p> <p>이어 '또 녹음을 할 때 연주자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악기는 어떻게 편성해도 상관없으니, 메트로(박자를 맞춰주는 기구) 없이 감정을 흘러가며 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연주자들은 눈을 감고 음악을 느꼈다. 그래서 음정 박자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곡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p> <p>유저들 사이에서 '영웅의 군단' 음악이 입소문 나면서 새삼 발견된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바로 2010년 10월 19일 독일 현지에서 70여명 규모의 독일 주립 교향악단 'Staatskapelle Halle(슈타트카펠레 할레)'와 실연을 한 영상이다.
</p> <p>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간장의 연속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음악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부러워했다. 사실 회사에 겁 없이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는 '할 수 있겠냐'라며 걱정을 하면서도, '우리도 드디어 하는구나'라는 설렘이 있었다.'</p> <p>드디어 도착한 독일에서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마음에 안든다는 사인 하나면 80명이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다. 연주가 끝나면 80명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데, 그 상황에서 '3분 30초가 마음에 안든다'라고 말하기도 뭐해서 12번의 녹음에서 완벽한 부분을 잘 뽑아낼 수 있도록 바짝 긴장상태였다'고 말했다.</p> <p>그는 당시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김 팀장은 '12번의 녹음을 한 끝에 약 400기가의 데이터가 나온다. 이걸 재편집하면 600-700기가가 된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통과할 때, 망가지는 경우도 있어 그 느린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모두 전송하고 왔다'며 뜨거운 애정을 전했다.</p> <p>노래를 부른 가수에 대해서도 누구일까 궁금증이 가득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김달우 팀장과 매우 가까운 사람이었다. 바로 그의 아내인 것. 김 팀장은 '원래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가내수공업 차원에서 적극 이용했다. 가녹음때도 직접 불렀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듣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그대로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p> <p>'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영웅의 군단'은 이미 반 이상 잘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p> <p>그는 '두 가지가 있다. 이번 앨범을 발매하고 나니, 영웅마다 노래를 붙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바네사의 설명에서 '개털 알러지가 있습니다'가 있듯, 게임에서 멋지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허세를 벗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노래를 통해 이런 스토리 메이킹을 하고 싶다.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2집 앨범도 내고 싶다. 정기적으로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p> <p>
마지막으로 게임 음악의 달인 김달우 팀장에게 물었다. 그에게 '영웅의 군단' OST는 무엇일까?</p> <p>''영웅의 군단'은 나에게 청춘이다. 내부에서는 6년 가까이 진행된 프로젝트다. 20대 중후반이 모두 들어가 있다. 공개된 15곡 외에 이미 많은 곡이 나와있다. 그동안 150명 이상의 아티스트를 만났고, 그들의 청춘도 더해졌다. 게임 자체만으로 작품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게임 음악의 과도기적 획을 긋고 싶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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