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크림 사태' 대응 고민…기권이 입장

입력 2014-03-17 17:47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의 귀속을 사실상 결정했다. 이 가운데 이번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중국은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의 편에 서지도, 투표가 합법적이라는 러시아의 편에 서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고민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유엔이 미국의 요청으로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전체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기권표를 던진 데서도 쉽게 드러난다.

결의안은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택되지 못했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관심을 집중했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기권 사유는 "중국은 대립적 방안을 찬성하지 않는다.

결의안 통과 시 각 국가의 대립이 조성되고 국면이 더욱 복잡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기자와의 문답' 형식의 글에서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국제협조 체제를 만들어 정치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언론은 이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것 자체가 크림 자치공화국 투표 결과에 대한 자국의 입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중국의 기권은 명확한 태도"라면서 "중국 정부의 '각국의 주권과 영토 안정을 존중한다'는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기권표를 던진 배경과 관련, "중국이 크림 문제에서 사건의 발생에는 원인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서방은 우크라이나 정세에 관여해 이 지역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러시아로의 회귀는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라면서 "문제는 서방과 러시아가 어떻게 문제를 푸느냐지 그들 사이의 대립을 계속 고조시키느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중국의 이런 대응에는 중국이 대내외 정책상 풀기 어려운 외교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전통적인 우방이자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우호관계 유지가 필수적인 러시아를 지원해야 하지만 티베트, 신장과 대만 등 내부 문제를 고려하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정책에 선뜻 동조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손을 들어 크림 반도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지지하면 앞으로 티베트, 신장, 대만 등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와 관계를 감안하면 러시아 편에 적극적으로 서고 싶은 입장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소수민족 문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어색한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할 경우 자국이 견지해 온 '내정 불간섭'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도 부담스럽다.

아울러 중국의 국익과 관계있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재정립도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앞으로도 서방과 러시아 어느 편에도 들지 않고 개입을 자제한 채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구시보가 '크림 반도의 러시아로의 회귀는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볼 때 결국에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들어 투표결과를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쪽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정부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약 크림 공화국이 러시아로 편입된다면 중국은 이를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중국은 줄곧 각국의 주권을 존중해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줄곧 각국의 주권, 독립, 영토 보전을 존중해왔다"며 "크림 공화국 문제는 마땅히 법률과 질서의 틀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 국가에 대해 자제하고 모순을 격화하는 행동을 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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