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어떻게 할 것인가] "자원개발 '컨트롤 타워' 구축…해외자산 마구잡이 매각 안돼"

입력 2014-03-17 21:55   수정 2014-03-18 03:41

한경 주최 좌담회

에너지 공기업 구조조정…자원 백년대계 고민해야
민간기업과 협력 유도하면 투자효율성 높일 수 있어
자원개발은 20년이상 걸려…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중요
산유국과 교류·해외 파견…고급인력 확보에도 힘써야



[ 조미현 기자 ]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3개년 경제혁신을 위해서라도 해외 자원개발을 계속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이 ‘해외 자원개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최근 서울 중구 중림동 본사에서 개최한 좌담회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향후 해외 자원개발 위축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올 들어 주요 공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부채 감축을 지시하면서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신규 해외자원 개발 중단은 물론 기존 사업까지 상당 부분 처분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좌담회에는 성원모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최동수 SK E&S LNG사업부문 전무,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손양훈 원장=공기업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에 대한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해외 자원개발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성원모 교수=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문제는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자원개발은 20~30년 걸리는 장기 사업인데 너무 변화가 심한 것 같다.

▷최동수 전무=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을 추진할 때 세계 경제와 에너지 정책의 변화뿐 아니라 국내 정책의 변화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기업이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손 원장=하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 전무=자원개발 사업을 흔히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라고 하지만 ‘리스크 포트폴리오’ 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개별 사업의 리스크보다는 전체 사업 간 ‘리스크 믹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원개발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커야 한다. 다른 나라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대부분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왔다.

▷허은녕 교수=에너지 공기업들이 다소 성급하게 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성 교수=구조조정은 강력해야 하지만 신규사업마저 전면적으로 중단되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 민간기업들이 우량 해외 자산들을 줄줄이 매각했던 것과 비슷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손 원장=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지원이 줄어들면서 관련 인력 양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닌가.

▷성 교수=해외 자원개발 현장에서 필요한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학생들이 전자공학과는 많이 가는데 자원공학과는 안 간다. 물론 정부가 5년 전부터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사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은 커졌다. 인프라를 만들고 고급 인력을 확보해나갈 시점이 왔는데,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아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최 전무=과거와 달리 기초 지식이 이미 갖춰진 대학원생들이 입사하고 있다. 국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장 경험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장 파견을 확대하고 저명한 외국 학회에도 적극 참여해 기술 확보를 위한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손 원장=해외 자원개발을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허 교수=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천연자원이 풍부하거나 과거 식민지 개척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했던 나라들이다. 한국은 자원도 없고 식민지도 없던 나라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다. 하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 바로 직격탄을 맞는 경제 구조다.

▷성 교수=21세기에는 자원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룰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 혁신을 얘기하지만 자원개발 없이 경제 성장이 힘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손 원장=해외 자원개발 정책을 일관되게 펼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성 교수=지금까지 자원개발 정책은 중앙부처 담당 책임자가 바뀌면 전체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거다. 기술력 향상, 인력 양성 등 관련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관된 생각과 판단을 가진 기관이 진행을 해야 한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허 교수=일본의 경우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따로 있다. 400명 가까운 전문가가 관련 사업을 다 검토한 뒤 국가가 돈을 투입한다. 2000년대 고이즈미 정부 시절 대형 자원개발 기업을 육성한 적이 있고,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와 함께 해외 자원개발 전문 연구기관도 있어야 한다. 각 공사에서 연구를 따로 하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손 원장=바람직한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해 달라.

▷성 교수=우선 경영평가를 할 때 부채 감축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구조조정과 신규 탐사사업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평가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사업이 있는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와 달리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는 해외 사업밖에 없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이들 기업에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최 전무=무조건 해외 사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민간기업들이 국내에서 대기업이어도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에 비교하면 중소기업이다. 갑자기 덩치를 키울 수 없지만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협력하면 가능하다. 민간기업과 함께하면 투자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민·관 협력이 이번 구조조정의 목표가 돼야 한다.

▷손 원장=공기업 스스로 혁신할 부분은 없나.

▷최 전무=재무적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스템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이 덩치를 키워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인력 운영, 사업 운영 등에서 선진화돼야 한다. 최근 공기업들과 협력 미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은 높아진 것 같다.

▷허 교수=공기업은 단기적인 수익 악화나 투자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특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공기업의 역할이다. 또 조직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한전이나 가스공사처럼 기업공개(IPO)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산이나 경영에 있어 자율성도 필요하며 전문성도 키워야 한다. 예컨대 외국 연구소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한다.

정리=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