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웨어러블 시장 뒤흔든 구글 '핵폭탄'…LG, 삼성 역전 노린다

입력 2014-03-19 16:16   수정 2014-03-19 16:58

구글 웨어러블 발표에 삼성전자 -LG전자 묘한 긴장감

삼성전자 "구글 웨어러블 환영"…안드로이드 제품 개발 검토
LG전자, 구글과 네번째 레퍼런스 합작…삼성 역전 "절호의 기회"




[ 김민성 기자 ] 구글이 19일 전세계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기기 시장 판도를 뒤흔들 '핵폭탄'을 투하했다.

애플과 함께 전세계 정보기술(IT)·모바일 산업을 양분하는 구글이 내놓은 첫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웨어'가 그 주인공이다.

IT거인 구글이 '포스트(Post) 스마트폰' 시대 총아로 떠오른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들자,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웨어러블 만큼은 '탈(脫) 안드로이드'를 선언하고 타이젠 독자노선을 걷는 삼성전자. 반면 LG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안정적인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웨어러블 분야는 모바일 대전(大戰) 1라운드였던 스마트폰과 2라운드 태블릿에 이은 새로운 경쟁이다.
3라운드 웨어러블 대전에서도 삼성전자가 LG전자를 크게 앞지를 수 있을까.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는 전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올해 750만대에서 2019년 90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웨어러블 기기는 지난해 5400만대에서 2019년 4억50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도 올 하반기에 첫 스마트워치 '아이워치(iWatch)'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황금알을 낳을 웨어러블 '골드 러시(gold rush)' 갈림길에 선 삼성전자와 LG전자. 긴장감이 팽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삼성전자 "구글 웨어러블 환영"…안드로이드 제품 개발 검토


삼성전자는 일단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웨어러블 출시를 반긴 이유는 다양한 신제품 출시로 전체 시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생태계 다양성이 커질수록 타이젠 등 '제3의 OS'를 탑재한 제품도 설 자리가 넓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안드로이드 제품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제조사로서 삼성전자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제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 출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타 공인 웨어러블 선두두자다. 2년 전 '갤럭시 기어'로 시장에 처음 진입했고, 지금은 무엇보다 타이젠 중심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타이젠 OS를 최초 탑재한 '삼성 기어2(네오)' 외에 전용 OS로 구동되는 '기어 핏'까지 3종 신제품도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왕국 건설 야심을 드러내자 구글은 즉각 안드로이드 방어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전용 타이젠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를 배포한 바로 다음날인 구글도 이에 질세라 스마트워치용 '안드로이드 웨어'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시간차가 거의 없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했다. 구글이 내놓은 첫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OS이기 때문에 전세계 IT업계 이목도 집중됐다.

구글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웨어'를 공식 발표한 순다 피차이 구글 안드로이드·크롬·앱 개발 수석부사장은 "스마트워치는 단지 구글이 모바일 테크놀로지로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작은 스크래치 하나를 낸 데 불과하다"고 자평했다. 이미 출시한 안경형 스마트기기 구글글래스 및 스마트 워치 뿐만 아니라 또다른 웨어러블 제품 개발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발표 이후 타이젠을 포함한 웨어러블 전략 추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LG전자, 안드로이드 안전 행보…웨어러블 '삼성 역전' 노린다


안드로이드 세상을 구축한 삼성전자와 구글이 웨어러블을 두고 입장차를 드러내는 사이 LG전자는 구글의 든든한 파트너로 점차 성장했다. 소문만 무성하던 구글-LG전자 스마트워치 공동 개발도 사실이었다.

LG전자는 이날 구글 최신 OS를 탑재한 첫 스마트워치 '지 워치(G Watch)'를 전격 공개됐다.

이 제품은 구글과 LG전자의 네번째 합작품이다. 구글 첫 스마트워치로 레퍼런스 성격이 강하다. 구글 자회사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도 '모토 360' 웨어러블을 공개했다. 하지만 곧 중국 업체 레노버에 합병되기 때문에 사실상 LG전자가 구글의 첫 스마트워치 제품을 본격 대량생산하는 셈이다.

LG전자는 지난 2년간 구글 레퍼런스 폰인 '넥서스4', '넥서스5'에 레퍼런스 태블릿 'G 패드 8.3 구글 플레이 에디션'까지 생산해 구글과 돈독한 신뢰를 쌓아왔다. 이제는 구글의 웨어러블 '리드 파트너(Lead partner)'로 웨어러블 개발 축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최적화한 웨어러블 하드웨어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호환성을 극대화한게 최대 장점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8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구매층도 매우 두텁다. 삼성전자가 전날 세계 최초로 타이젠 기반 웨어러블 SDK를 공개했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호환성 문제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제 업계 관심은 LG전자가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삼성전자 그늘에 가려 '만년 2위' 평가를 받은 LG전자가 웨어러블만큼은 역전을 노린다는 예상이다. 구글과 파트너로 안정적인 '안드로이드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서 LG전자가 먼저 주목받을 수 있다. 올해 MWC '최고의 혁신 제조사' 선정되면서 기술력도 인정받은 터다.

LG전자 무선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박종석 모바일커뮤네이션MC사업본부장 사장은 이날 '지 워치' 공식 발표 때 이같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 사장은 "구글과 합작으로 웨어러블 시장에 LG전자만의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3G 방식 '터치 워치폰'과 시계형 블루투스 액세서리 '프라다 링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LG전자였다"며 "'지 워치'를 기점으로 웨어러블 시장에 지속적인 혁신을 창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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