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송인 이동우 "8년이란 시간 함께 보낸 SM엔터, 수익만 따졌다면…"

입력 2014-03-20 16:52   수정 2014-12-05 12:14


왕년에 이름을 떨쳤던 한 배우가 있다. 무명배우 10년 끝에 배우로 이름을 알리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던 찰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만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앞날도 깜깜했다. 모든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매니저였던 동생과 함께 '날아라 슈퍼'라는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희망도 목적도 없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앞에 나타난 딸.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하지 않고, 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일들을 딸을 위해 하나 둘씩 해나가며, 그의 삶에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난다.

연극 '내 마음의 슈퍼맨'은 주인공 성구 역을 맡은 이동우(43·사진)의 삶과 참 많이 닮아있다. 10년 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 듯 무대에서 거침이 없는 그는 개그맨 이자 대한민국 개가수 1호 '틴티파이브'로 활동하며 각종 예능과 개그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했지만 2004년 원인도 이유도 없이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을 얻어 서서히 시력을 잃었고 매 순간마다 희비가 교차하는 경험을 해야했다.

처음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 후천적 장애인들에게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시간과의 싸움이 큰 고통이다. 그는 가족, 음악 그리고 신앙의 힘으로 그 싸움에게 이겼다. 난치병 진단 후 방황하던 그에게 아내는 헌신적인 존재였지만 그런 아내마저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되돌리기 싫은 아픔이 있다. 그 때 존재 자체가 희망이던 딸이 보호자를 잃은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무모할 것 같던 도전을 시작했다.

"다시 아내가 건강해지고, 나는 '가족에게 어떤 남편이고 아빠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어요.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 줄 수 있는 가장이 되자'라고 다짐해요. 늘 부족하지만 항상 딸을 저를 응원해줘요"

멈추지 않는 열정, 그의 '슈퍼맨' 도전기

이동우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의미를 더해 '슈퍼맨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10월, 그 첫번째 도전으로 철인 3종 경기인 트라이애슬론 월드컵 대회에 참가해 무사히 완주했고 뒤이어 재즈 음반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재즈 가수로의 변신을 꾀했다.

"사람들이 '슈퍼맨 도전'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하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완전무결한 사람, 제가 생각하는 슈퍼맨은 그런 것이 아니예요. 도전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어 성과를 바라지 않았죠. 예전엔 무언가를 할 때 수익이 눈 앞에 그려져야 움직였어요. 행복하지 못하고 늘 끌여다녔던 거죠. 경쟁이 없으면 실패도 없어요. 그런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맞다. 성공을 넘어 그에게 '슈퍼맨 프로젝트'의 실천은 어느 것 하나 결코 수월치가 않았다. 준비 기간만 해도 최소 5개월에서 길게는 2년 넘게 걸린 혼신의 프로젝트였다. 무엇보다 첫발을 떼기가 가장 무겁고 어려웠다.

철인 3종 경기는 수영, 사이클, 마라톤 코스를 연이어 소화해내야 하는 극한의 스포츠로 비장애인도 완주해내기 어려운 종목이다. 이 대회에 참가를 위해 5개월가량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꾸준히 훈련한 그는 결국 4시간 21분 34초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훈련 내내 마음속으로는 '도망갈까, 말까'하고 치열하게 갈등했어요. 끝끝내 해냈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값진 선물을 잔뜩 받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당시 완주에 기쁨을 회상하 듯 벅찬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11월, 이동우는 또 한 번 새로운 '운명'과 마주했다. 첫 정규 재즈 앨범 '스마일'을 발표하고 발매 기념 콘서트도 개최했다. 1990년대 그룹 '틴틴파이브'로 활동하면서 팀의 보컬로 노래를 했지만, 악보도 볼 수 없게 된 지금 그것도 재즈 싱어로 나선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다.

"지난해 1월 진행하던 라디오에 재즈 가수 웅산 씨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녀는 '재즈를 하면 스스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꼬박 2년여의 시간을 쪼개가며
음악에 매달렸어요. 재즈라는 장르가 워낙 깊고 유려한 터라 아직 재즈를 알았다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스스로도 절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재즈와 좋은 친구가 됐고, 그저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도록 재즈 가수로서 노래하겠다는 목표를 굳건히 다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도전은 현재진행중이다. 연극 '내마음의 슈퍼맨'은 그가 직접 제작하고 출연까지 한다. 지난 2011년 연극 '오픈 유어 아이즈'에 이은 두번째 무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는 연극 무대에 서기위해 남들보다 5배의 시간과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내가 그에게 '연극 예매율 1위 소식 들으셨나요'라고 물었을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더라고요. 애석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1등을 하기란 어려워요. 꿈을 시련하는데 있어서 장애를 뛰어넘기란 불가능 하죠. 저를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은 냉정해요. 제가 '오픈 유어 아이즈'를 할 때 관객 4명 앞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눈물겹게 감동이네요."

"소속사 SM엔터, 아이돌 회사라고?…선입견 못마땅"

이동우는 지금까지의 도전, 앞으로의 도전에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꼽았다. 흔히 대중들은 SM엔터를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아이돌을 양성하고 수익성을 쫓는 회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역시 소속 8년차 연예인이다. 그는 자신을 '한물간 연예인'이라 말하며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사실 회사와 나의 관계.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주어진 의무를 다하면 되는거예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SM에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나를 언제까지 지원해 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믿기지 않겠지만 8년 동안 단 한 번도 회사와의 마찰이 없었다. 그만큼 서로의 의무를 다하고 배려해줬지 때문이다. 나의 상품성만 봤다면 이미 나는 여기에 없었다. 조직은 재능이 떨어져도 시간과 돈, 실질적인 것을 투자해서 만들어 내는 곳이 잖아요. 돈이 아닌 꿈을 보는 거죠. 잘 알려진 스타들 뒤에는 사실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아티스트와 연습생들이 있습니다."

그도 '틴틴파이브'로 활동하며 물질적인 것을 누리던 그때는 몰랐던 사실들이다. 우월감 때문에 옆을 보지 않았고 행복하다고 착각하면서 살았다.

"눈으로 볼 때는 겉면에 현혹된 채 살았습니다. 눈으로 보면서 잡념에 빠졌고 본질을 못봤어요. 실명 직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눈으로 누구를 평가하지 않게 되면서 오직 나만, 내 안의 진짜 나만 봤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 같은 것도 생긴거죠. 100% 솔직하게 말해서 장애가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장애가 아니고 굉장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어마어마한 선물이예요."

글 = 김현진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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