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식 규제 신설 차단하며
공무원 보신주의 근원 제거해야"
권혁세 < 전 금융감독원장 >
![](http://www.hankyung.com/photo/201403/2014032159981_AA.8492461.1.jpg)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규제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이번만큼은 성공해야 한다는 비장함도 묻어나온다. 따라서, 이제는 규제완화가 일과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사회 전반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국민 운동으로 발전되도록 치밀한 실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정부에서 규제개혁이 실패한 이유를 보면, 첫째 중앙부처가 갖고 있는 규제를 폐지하면서 이를 산하기관이나 지방정부에 이관시켜 규제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암세포를 수술하듯이 일선 집행기관까지 염두에 두고 제로베이스에서 완전한 규제 수술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법령과 같은 보이는 규제보다 내규나 지침, 관행, 재량행위와 같은 일선 집행기관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의 폐해가 훨씬 크다. 이 부분은 공무원 조직보다 규제를 받는 민간을 통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서 추진해야 한다.
셋째, 규제개혁의 목표나 실적을 부처별로 관리하다 보니 실제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장신축과 같이 여러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된 복합·다중 규제의 경우 프로젝트별 접근 방식을 통한 ‘원스톱(one-stop)’ ‘일관공정식’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복합규제 주관 부처를 정해 책임을 물어야 효과가 있다.
넷째, 각종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여론몰이식으로 즉흥 도입되는 규제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 잘못된 규제로 밝혀져도 쉽게 풀기 어렵다. 특히, 의원입법의 경우 정부입법과 같은 규제 타당성 심사 장치가 없는 바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조직 이기주의나 보신주의 즉 ‘소극적 규제’도 규제 개혁의 걸림돌이다. 5년마다 정권이 교체되고 4년마다 지방단체장들이 선거로 교체되니 이런 행태들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특히 감사원이나 감독기관들의 지나친 간섭이나 책임 추궁도 적극적인 업무 추진이나 위험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직원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와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및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섯째, 관료조직의 정보독점과 투명성 부족도 걸림돌이다.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공개를 통해 투자판단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시장에 소통과 경쟁이 촉진돼 투자 실패를 줄일 수 있고 신규진입과 퇴출이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레드오션에 빠진 음식·숙박·도소매업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역별 자영업 경쟁 실태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면 부작용을 사전에 줄일 수 있었다.
일곱째, 어제 회의에서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대다수 국민은 내용이나 절차를 몰라 피해를 당하거나 사업을 추진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전 부처의 규제개혁을 전담하는 대표전화 및 신고센터를 ‘119’ 체제처럼 전국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엊그제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지켜본 많은 국민은 이제는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질 것으로 본다. 이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려면 이번 만큼은 치밀한 실천전략과 함께 공직사회 전반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권혁세 < 전 금융감독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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