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민감품목' 이례적 공개
"본격 절충위한 수순" 분석
[ 김재후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제10차 협상이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1일 종료됐다. 양측은 품목별 시장개방(양허) 협상을 진행했지만 큰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한국과 중국이 상호 민감품목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FTA 협상 도중 서로의 협상카드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과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일반·민감·초민감품목들의 명단을 밝혔다. 그간의 예상대로 양측의 주장은 팽팽했다. 한국은 석유화학과 전기전자(IT) 기계 등에 대한 관세를 먼저 없애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농수산물과 섬유 의류 등에 대한 조기 관세 인하로 맞섰다. 한국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조업 부문을, 중국은 1차 산업을 먼저 개방할 것을 각각 주장한 것이다.
반대로 양허(개방)에서 제외하거나 관세인하율을 최소화하는 ‘초민감품목군’에선 양측 모두 상대방이 ‘일반품목군’으로 분류해놓은 제품을 교차해서 집어넣었다. 다시 말해 한쪽이 개방을 꺼리는 초민감품목을 서로 먼저 개방하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협상 품목 1만2000여개 중 1200개가 초민감품목군에 들어갔고, 우리 측은 농수산물과 비철금속 등을 초민감품목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측 대표인 왕셔우원(王受文) 상무부 부장조리는 한국이 농수산물 개방에 소극적인 것에 못마땅해하면서 한국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 처지고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들어 제조업 부문의 시장 개방에 난색을 표했다.
FTA 협정문의 텍스트 부문 협상에서도 양쪽의 평행선은 마찬가지였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선 우리 측은 금지하는 것만 나열하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자유화하자고 한 반면, 중국은 허용하는 것만 적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자유화하자는 입장이다.
식품동식물검역규제협정(SPS) 부문에선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범위 내에서 협정문을 만들자고 한 데 비해 중국 측은 추가 의무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사사건건 맞서고 있는데도 한ㆍ중 FTA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거대 경제 동맹체 결성이 미국과 일본 주도로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상호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양측 모두 FTA 체결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날 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공개한 것 자체가 향후 절충을 위한 전략적 수순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간의 한 통상 전문가는 “각자 국내 여론을 떠보면서 향후 양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 통상당국은 앞으로 상품양허와 협정문 부분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 뒤 오는 5~6월께 중국에서 11차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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