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영업 '신고'만 하라면서 실제로는 '인·허가' 수준 규제
[ 고은이 기자 ] 최근 서울에 삽겹살 가게를 차린 A씨는 개업 2주일 후 구청에서 날아온 통지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분명 해당 구청에 영업신고까지 마쳤는데 통지서에는 ‘신고서류 중 일부가 미비해 신고가 보류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불법 영업’을 하게 된 그는 구청에서 실태조사를 나와 당장 가게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현재 삼겹살집 등 일반음식점 영업을 신고할 때는 관할 시청이나 구청에 해야 한다. 신고제는 까다로운 인허가와 달리 ‘가장 약한 규제’로 자영업자의 영업 불편을 최소화하는 절차다.
하지만 명칭만 신고제일 뿐 실제로는 허가제처럼 까다롭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주요 신고 규제 248건 중 진정한 의미의 신고제로 운영되는 규제는 64건(25%)에 불과하다. 14%인 36건은 신고보다 규제가 강한 인허가제나 면허제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과도한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까다로운 심사가 필요한 신고제가 전체의 40%를 넘었다.
김 교수는 “본질적으로 신고제는 필요 서류를 제출하는 것으로 완결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게 짜여 있다”며 “불필요한 부담을 민간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음식점 영업신고에 필요한 서류만 해도 식품위생교육 이수증, 수질검사 성적서, 액화석유가스(LPG) 완성검사 증명서 등 최대 10여개에 달한다. 신고 접수 즉시 수리되지 않고 처리기간이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많다. 신고 수리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수리 여부를 들쭉날쭉하게 판정하는 사례도 많다.
이 같은 생활 속 규제는 굵직한 기업 규제보다 오히려 고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하고 있지만 규제 피해자가 직접 문제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규제 개혁은 기업 경쟁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삼겹살집 영업신고 같은 국민 생활에 직결된 부분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비합리적인 규제를 정부에 쉽게 알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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