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조원태, 지주사 대표에…장녀·차녀도 활동반경 넓혀…한진그룹 오너 3세, 경영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4-03-21 21:40  

한진해운 직할경영 맞춰
그룹지배구조 개편 급가속
향후 내부승계 구도 관심



[ 이미아/이태명 기자 ]
한진그룹 오너 3세들의 경영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38)이 그룹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른 데 이어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40),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1)도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보폭을 넓히고 있다.

3세 경영인 가운데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이는 장남 조원태 부사장이다. 조 부사장은 21일 열린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 부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은 건 2007년 상무보 시절 정보기술(IT) 계열사 유니컨버스 대표이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조 부사장은 한진칼 대표이사로서 앞으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한진해운 계열사 편입 등 굵직한 과제를 처리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총괄 담당 부사장 자리도 그대로 맡아 실적 개선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실질적 경영을 이끌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역할이 확대된 데 맞춰 조 부사장은 이날 한진칼 주주총회장에서도 그룹 현안에 대해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 실적에 대해 “1분기 화물 실적이 기대보다 좋다”며 “연간 기준으로도 괜찮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주식 3000만주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매각하는 계획과 관련해선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분매각 이후에도 아람코와는 그룹 차원에서 좋은 협력관계를 맺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두 딸도 경영전면에 속속 나서고 있다. 장녀 조현아 부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2007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에선 기내식 사업부를 거쳐 현재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2000년대 대한항공이 기내식에 한식 메뉴를 더욱 확대한 것, 2010년 초대형 여객기 A380 기내에 라운지바와 면세품 전시공간을 도입한 게 조 부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올해 2월 그룹 주력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이사에 올랐다. 대한항공에선 광고와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대한항공이 선보인 ‘내가 사랑한 유럽’ 광고가 그의 작품이다. 조 전무는 저비용항공 계열사인 진에어 마케팅본부장도 맡고 있다.

재계에선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3세 경영인들의 활동반경이 더욱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진은 작년 9월 대한항공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리해 지주사인 한진칼을 세우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주)한진→한진칼→정석기업→(주)한진’의 순환출자 구조를 내년 7월 말까지 해소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최은영 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을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어떤 형태로 지주사 체제를 갖출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지주사인 한진칼과 정석기업, (주)한진의 투자부문을 통합하는 것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통합 한진칼’ 형태의 지주사를 만들어 대한항공(자회사)-한진해운(손자회사)-기타 계열사(증손회사)로 재편할 것이란 관측이다.

항공업계는 이 과정에서 3세들 간 내부 승계 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부사장, 조현민 전무의 그룹 계열사 지분율은 한진칼 1.1%, 정석기업 1.3%, (주)한진 0.03% 등으로 동일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세들의 행보가 빨라진 건 맞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이라기보다는 각자 영역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미아/이태명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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