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부산의 작은 암자에서 평생 어린이를 가르쳐 온 비구니 스님이 모교인 동국대에 18년간 모아온 월급 전액을 쾌척해 화제가 됐다.
24일 동국대에 따르면 부산 숭림사 주지 진락스님(66)은 지난 20일 학교를 찾아 김희옥 총장에게 5억 원을 기부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를 졸업한 진락스님은 지난 1996년 숭림사 인근에 유치원을 세워 운영해 왔다. 숭림사 주지이자 유치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18년간 받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 기회가 될 때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겠다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부는 동국대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련스님과의 남다른 인연이 계기가 됐다. 정련스님은 부산에서 내원정사를 창건해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해 봉사한 지역 불교계의 원로. 특히 진락스님이 1990년대 유치원을 처음 설립할 때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주기도 했다.
진락스님은 “어린이가 작은 보살이라면 대학생들은 조금 큰 보살이니 인재를 키우는데 힘을 보태 달라”는 정련스님의 말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진락스님은 이날 “여러 스님과 불자, 동문이 합심해 모교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적은 돈이나마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출가 수행자는 뜻을 가진 이들을 돕고 배려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본분을 지켜 후원하는 게 가장 중요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련스님은 “지역의 어린이를 돌보며 작은 사찰 살림을 꾸려온 진락스님의 기부가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도 진락스님과 만나 “감동의 기부가 연이어 계속돼 너무나 감사하다. 스님의 뜻을 잊지 않고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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