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영 기자 ] “인증 평가를 통과해도 그 이후가 산 넘어 산입니다.”
‘천송이 코트’로 촉발된 액티브X 기반의 현행 공인인증서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체수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안이 나오기도 어렵고, 출시되더라도 사장될 우려가 높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현행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나와 있다. LG CNS의 ‘엠페이’와 페이게이트의 ‘금액 인증’이다. 엠페이는 액티브X, 키보드 보안프로그램 등 각종 플러그인을 설치하거나 카드정보, 인증정보를 매번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방식이다. 웹표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금액 인증 기술은 애초에 외국인을 겨냥해 만든 결제 방식으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 없다.
두 기술은 30만원 이상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가군 인증’을 받기 위해 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내 교수와 업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인증방법평가위원회에서 일차적으로 보완사항을 전달받아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30만원 미만만 가능한 ‘나군 인증’은 이미 받았다.
문제는 심사일정이 띄엄띄엄 있다는 데 있다. 심사는 분기(3개월)마다 있다. 개선 요청을 받으면 다음 분기가 돼야 재심사를 받을 수 있다. 다시 개선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 다음 분기에 고쳐야 한다. 이러다 보니 두 기술은 반년 넘게 계속 개선작업 중이다.
만약 대체기술이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시장에서 상품으로 보장받는 건 아니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은행·카드사 등 기존 금융업계의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가군 인증을 통과했더라도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동산 페이게이트 이사도 “승인이 나도 결제시스템은 실질적으로 금융사를 통해 보급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금융사와 IT 기반의 비금융사가 결제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이용자의 호응을 얻기 위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인다. 정부와 금융사에서 새 시스템에 대한 문턱을 허물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공인인증서 존폐 논란만 반복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보영 IT과학부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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