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운영·부정수급 등 모럴해저드 만연
사은품 앞세워 이용자 빼오기 '극성'
[ 고은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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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사나 도우미 수준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치료사로 일하고 있을까 싶어요.”(바우처 사업자 김모씨)
“중간에 방문도우미들이 자주 바뀌어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한 달 간격으로 바뀌다 보니 새로운 사람에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큽니다.”(바우처 이용자 이모씨)
복지 확대 바람을 타고 바우처사업 제공기관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오히려 서비스 질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정수급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곳 또한 급증하고 있다.
◆제멋대로 난립하는 기관들
25일 정부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 등 보건복지부가 취약계층 등에 제공하는 7개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 규모는 2010년 5641억원에서 올해 1조1116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수는 같은 기간 4289개에서 7607개까지 불어났으며 종사자 수도 2010년 5만5271명에서 2013년 10만명을 넘어섰다.
2012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시장 진입방식이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증가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이전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기관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던 것이 일정 요건을 갖춘 모든 기관에 개방된 것이다.
문제는 지자체의 관리시스템이 부실해 바우처 사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원금 부정수급이나 부실관리, 방만운영 등으로 지자체의 행정처분을 받은 기관이나 이용자 숫자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의 경우 2010년 1건에서 2012년 240건으로 급증했다. 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19건에서 391건,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2건에서 854건, 가사간병 방문도우미사업은 3건에서 54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부정수급과 방만경영 방식도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비스를 받지 않는 이용자의 바우처를 허위로 결제해 정부 지원금을 타낸 사례부터 이용자가 바우처를 타인에게 팔아넘긴 경우도 있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이용자는 바우처를 판매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인건비 등의 문제로 무자격 인력을 배치하거나 정해진 인력보다 적은 수의 인원을 배치한 경우, 서비스 제공 장소나 횟수, 시간 등을 지키지 않은 시설도 다수 적발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바우처 제공기관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경쟁 과정에서 사은품을 주는 등 불건전한 행위도 발생하고 있다. 사은품 제공은 결국 서비스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전문성이 낮은 강사를 고용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한 바우처 제공업체 관계자는 “돈만 벌기 위해 들어온 기관들이 서비스는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채 회원 확보에만 열을 올리면서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회원을 빼돌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 피해는 사회서비스의 수혜대상인 취약계층에 돌아간다”고 전했다.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지자체의 관리 역량은 체계적인 모니터링이라기보다는 예산에 관한 서류집행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신창환 경북대 교수는 “서비스 질이 하향 평준화되는 현상을 막으려면 바우처 시장의 공정한 경쟁문화를 만들고 지자체의 관리 역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바우처(Voucher)
정부가 특정 수혜자를 대상으로 교육, 의료, 문화 등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발행한 쿠폰. 정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며 정해진 한도 내에서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만 쓸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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