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효과 논란] 대기업 역차별이냐, 상생이냐…8월 재지정 놓고 '신경전' 돌입

입력 2014-03-26 20:57   수정 2014-03-27 04:00

[ 박수진 / 김용준 / 조미현 기자 ] 중소기업적합업종 재지정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3년 만에 다시 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도 시행 3년마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외국 기업에 비해 국내 대기업이 받는 역차별 문제 △전문업종 중견·대기업까지 규제받는 것이 정당한지 △중기 간 양극화 문제는 없는지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진 않는지 등에 대해 따져봤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에 3년 동안 해당 산업에서 △사업 이양(철수) △사업 축소 △확장 자제 △진입 자제 등의 규제를 하는 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한 내용을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기업만 신났다
日스시로, 韓초밥시장 잠식나서…오스람·필립스, LED 진출 확대

음식점은 국내 대기업이 역세권, 상업시설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출점할 수 없지만 외국 업체에는 제한이 없다. 세계 최대 회전 초밥체인 스시로는 2018년까지 국내에 점포 80개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시로 본사 매출은 연간 1조2500억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넘는 일본 기업은 제한없이 매장을 낼 수 있게 허용하려면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에 대해 “외국 기업이 직접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외국 음식점이 중소기업 형태로 진출하면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발광다이오드(LED)도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내 업체들은 관공서 납품이 금지돼 있고, 일반시장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세 가지로 제한돼 있다.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오스람 필립스 등은 민간시장에 들어와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중기적합업종 제도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중견기업도 규제해야 하나
샘표는 간장, 풀무원 두부 못팔아 "한우물만 팠는데…성장의욕 꺾여"

중견기업은 통상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지금은 중소기업 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은 모두 대기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동반위는 이 같은 법적 근거를 토대로 중견기업에도 ‘중기적합업종 권고사항’을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한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전문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간장 업체 ‘샘표’, 두부가 주력인 ‘풀무원’, 제과·제빵으로 큰 SPC 등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규제를 받고 있다.

중견기업을 새로 규정한 특별법은 지난해 말 제정됐다. 현재 시행 중인 중기적합업종 제도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중견기업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구분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한우물만 파면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에도 중기적합업종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성장 의욕을 꺾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간 양극화는 어쩌나
완전경쟁 아닌 칸막이 제한 경쟁…中企 내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끼리만 경쟁하는 구도를 만든다. 문제는 중소기업 간 경쟁으로 중소기업들 내부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새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업종에서는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 바로 밑에 있는 중소기업으로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탁비누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이 사업을 접자 중소기업인 ‘무궁화’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

유장희 동반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보니 중소기업 간 규모 차이로 인한 경쟁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성공 여부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아 경쟁력을 찾도록 하자는 데 있다”며 “날이 무딘 칸막이 규제는 또 다른 양극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전체적으론 '손해'
마트서 장류 '반값 할인' 사라져…콩생산농가도 수매량 줄어 피해

동반위가 중기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한 뒤 대형마트 등에서는 ‘반값 할인’ ‘1+1 행사’ 등 가격 인하 경쟁이 줄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와 두부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제품 마케팅까지 자제할 것을 동반위가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예전에 비해 비싼 값에 사다 먹을 수밖에 없어 “물가가 올랐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대기업 제품이 줄어들면서 이들에게 원재료를 공급해온 생산자도 타격을 입고 있다. 콩 생산 농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기업의 두부 판매가 위축되자 국산 콩 수매액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동반위는 “국산 콩 수확량이 늘어 가격이 떨어진 것일 뿐”이라며 “중기적합업종 제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반위가 도매업에까지 중기적합업종을 지정하려 하자 대기업 도매상으로부터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아온 중소 소매상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수진/김용준/조미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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