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여신 늘고 지방서 '뱅크런'…위기 징조일수도
[ 이심기 / 김동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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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징조인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선제조치인가.’
중국 정부가 부실기업을 무작정 구제해 주지 않고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허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업 부도를 방치함으로써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은행들의 ‘묻지마’ 대출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디폴트 실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지, 성공적인 시장 개혁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中 정부의 시장정상화 의지”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부도 위험에 처한 일부 기업을 구제하지 않고 디폴트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동시에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부도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감독부서를 이달 말까지 신설하기로 했다. 중국의 한 관리는 이와 관련, “기본 원칙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부도 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디폴트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도 23일 한 토론회에서 “시스템 리스크가 없는 한 시장의 작용에 의한 일부 기업의 디폴트는 허용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WSJ는 이달 초 태양광전지업체인 상하이 차오리솔라가 중국 회사채시장에서 사상 처음 디폴트를 선언하고 저장성의 한 부동산개발 업체가 부도나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시점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기업과 은행은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메시지라는 것이다. WSJ는 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 “중국 정부가 부채 위험이 통제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정부 보호 아래 있던 부실기업을 솎아냄으로써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스템 불안감에 뱅크런도
한편에선 중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제조업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로 은행들이 급속도로 부실화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일례로 24일 중국 동부 장쑤성의 한 소형 은행에선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이 발생했다. 대출보증업자들이 망하거나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은행 파산설이 돌자 수백명의 고객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은행이 원활한 출금을 보장하고, 중국 금융당국도 “뱅크런 사태가 중국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이번 사태가 중국 금융시스템에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일단 전문가들의 진단은 중국 부채위기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쪽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조만간 큰 혼란에 빠질 것이란 일부 전문가의 전망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서비스와 소비재산업 규모는 공식 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제조업 경기 둔화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일부 기업이 파산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미니 위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심기/김동윤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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