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소재전문기업 변신 '쉽지 않네'

입력 2014-03-26 21:35   수정 2014-03-27 09:13

스마트폰 성장 둔화로 실적전망 암울…"OLED 소재 등 신사업으로 위기 돌파"


[ 박영태 기자 ] 작년 9월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고 글로벌 첨단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제일모직이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암울한 실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의 발목을 잡던 패션사업부를 떼어냈지만 주가는 6개월 사이 28.6%(26일 현재) 주저앉았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다른 삼성 계열 전자부품사들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재 사업이 유망하지만 단기적인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말 부임한 조남성 사장(사진)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전자에서 30년 근무하며 부품전문가로 입지를 굳혀온 조 사장이 꺼내든 해법은 ‘기술력 제고’다. 패션사업 매각으로 받은 1조원을 사업 경쟁력 제고에 쓰겠다는 것이다. 700여명인 연구개발(R&D) 조직도 더 늘릴 계획이다. 조만간 사명도 바꿀 예정이다.

조 사장은 지난 14일 경기도 의왕 R&D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건전한 위기의식을 갖고 성과 지향의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제일모직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조만간 출시되는 갤럭시S5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출시할 10.5인치 태블릿PC에 탑재하는 OLED 패널의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OLED 사업 강화를 위해 3500억원에 인수한 독일 노바엘이디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OLED 소재 매출이 지난해 200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1000억원대로 급팽창해 핵심 사업 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은 태양전지 전극용 소재와 2차전지 분리막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태양전지 전극용 소재는 중국 대만 등 태양광 모듈업체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고 2차전지 분리막 사업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지난해 의왕 R&D센터에 세웠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는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 2차전지 분리막 양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석유화학과의 합병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변수로 꼽힌다. 합성섬유 원료인 PTA(테레프탈산)를 생산하는 삼성석유화학과의 합병은 사업적 시너지보다는 그룹 차원의 저수익 유사업종 구조조정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제일모직의 대주주는 지분 7.15%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 등 계열사다.

1989년 휴대폰 TV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수지를 시작으로 소재사업에 뛰어든 제일모직은 ‘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전자부문 수직계열화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머크 다우케미칼 등 해외 소재기업에 의존할 경우 소재 혁신을 통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소재 사업의 미래는 밝다.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자소재 시장은 2016년 55억달러, 2021년 12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소재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매출은 4조4111억원으로 세계 화학업계 10위권인 LG화학(23조1436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은 “그룹의 지원사격을 받는다고 해도 기술 변화를 선도하면서 선제적으로 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 여부에 따라 실적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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