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맥없이 풀린 기대작 '갤럭시S5', 조기 출시 '막전막후'

입력 2014-03-27 15:40   수정 2014-03-27 15:51

"삼성전자, SK텔레콤 '갤럭시S 5' 단독 출시 정말 몰랐나" 의문 커져
삼성 조기 출시 반대, 식약처 의료기기법 '마찰 피하기' 시각도
'갤럭시S' 사전 예약에 1000대 입고…"27일 오후 대리점 추가 입고 예정"




[ 김민성·김민재 기자 ] 삼성전자는 SK텔레콤의 '갤럭시S 5' 단독 출시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SK텔레콤이 27일 삼상전자의 '갤럭시S 5' 단독 판매에 돌입한다고 전격 발표하고 실제 판매에 들어간 뒤 이같은 의심의 눈초리는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25일 [한경닷컴]이 단독 취재한 '갤럭시S 5' 27일 조기 츨시'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27일보다 더 이른 26일 오후부터 SK텔레콤 개통 소식도 이어졌지만 현장 대리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26일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사장이 "'갤럭시S5' 조기 출시 안 한다"라고 직접 부인하기도 했다. 진위 여부에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갤럭시S 5' 출시 관련 최고 의사 결정자의 확정 발언이었기 때문에 조기 출시는 루머 수준에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SK텔레콤 발표로 하루만에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삼성전자의 최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 5'가 영업정지를 맞은 이통사와의 이해 관계에 얽혀 변변한 공식 출시 행사도 없이 안방 시장에 맥없이 풀린 것이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긴박하게 돌아간 4일간의 막전막후(幕前幕後)를 분석해봤다.

◆ 삼성전자-SK텔레콤 '주거니 받거니' 해명


삼성전자는 이날 SK텔레콤의 공식 출시 발표 뒤 곧바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일방적 출시 결정에 당황스럽고 곤혹스러우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조한 뒤 "이번 SK텔레콤의 출시는 우리 측과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된 사안"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자사 최대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 5'의 안방 출시가 이통사 입김에 좌지우지된 상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어 SK텔레콤은 삼성전자 유감 표명에 수긍하는 듯 한 해명을 내놨다. "SK텔레콤 내부 판단에 따른 조기 출시 결정"이라며 삼성전자는 이번 일과 무관하다고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어 "고객 선택권 확대를 위한 결정인 만큼 삼성전자에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겠다"며 양사 간 갈등 국면 봉합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충분한 사전 교감도 없이 '갤럭시S 5'를 조기 출시하는게 가능하냐는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세계 관심이 집중된 최대 전략 스마트폰 안방 출시에 삼성전자가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고객사 SK텔레콤이 단말기 조기 공급을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해도 최종 결정은 삼성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 5' 조기 출시는 삼성전자-SK텔레콤 간 힘 싸움이 아닌 제조사-고객사 간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제조사-이통사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협력으로 양사는 신뢰를 더 돈독히 다졌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 사전 예약에 25일 1000대 입고…식약처 마찰 부담 덜기?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 홍보관으로 직접 운영 중인 서울 서초사옥 지하 1층 '삼성 딜라이트(samsung d'light)' 및 서울 삼성디지털플라자 지점 등에서 24일 오후부터 '갤럭시S 5' 현장 사전 예약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한경닷컴]이 확인한 결과 복수의 현장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이들 판매점 사전 예약자에 한해 27일부터 '갤럭시S 5'를 공급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초기 입고 물량은 대부분 SK텔레콤용이며, 빠르면 27일 당일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는 삼성전자가 SK텔레콤 조기 출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또 다른 증거는 여타 전자 및 이동통신 업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5' 초도 물량 1000대를 지난 25일 SK텔레콤에 이미 전달했다는 것이다. 내부저장 공간은 32GB 모델로 가격도 그 때 86만 6800원으로 정해진 상태였다.

25일 밤부터 26일까지 SK텔레콤은 이 초도물량 전수 검사에 착수했다. 물량이 적다보니 서울 시내 특정 대리점마다 최대 100대 규모로 배분할 준비를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 추가 물량을 건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객사인 SK텔레콤에 공급한 '갤럭시S 5' 수량 및 공급 시기, 공급가는 비밀 유지를 전제로 한 계약 사안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게 삼성전자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SKT는 26일까지 '갤럭시S 5'조기 출시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갤럭시S 5' 판매를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SK텔레콤 측 요구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내달 11일 글로벌 출시는 전세계 유통망과 약속한 신뢰 차원의 문제라며 국내만 먼저 판매할 수 없다고 맞섰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반대한 다른 이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식약처는 최근 단순 심장박동 측정하는 '갤럭시S 5' 등은 의료기기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4월 11일 '갤럭시S 5' 글로벌 출시일정에 맞춰 발효될 예정이다. 당국이 IT산업 발전 명목으로 규제 완화를 지원한 마당에 삼성전자가 자의적으로 출시를 앞당길 경우 자칫 정책 엇박자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논리다.

◆ SKT 측 "27일 오후 '갤럭시S 5' 추가 입고 예정"


SK텔레콤이 27일 오전 '갤럭시S 5' 1호 개통자 축하 행사를 연 서울 종각역 인근 SKT 티월드 카페를 확인한 결과 이 곳에는 30대가 전날 입고됐다. 25일 건네받은 1차 1000대 물량 중 일부로 관?된다.

티월드 카페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물량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본사 재고팀에서 일괄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물량이 얼마나 더 들어오는지 알 수는 없다"며 "최대 100대 단말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확인했다.

삼성전자가 이미 26일 밤이나 27일 오전 추가 물량을 SK텔레콤에 건넸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초도 물량이 적은데도 SK텔레콤은 전국 3000여 SK텔레콤 매장 및 온라인 공식 대리점 T월드 다이렉트 (www.tworlddirect.com)에서 '갤럭시S 5'를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갤럭시S 5'를 국내 최초 출시했다는 점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공식 보도자료에는 "KT는 4월 26일까지, LG유플러스는 4월 4일까지(1차) 영업 정지 기간이다. SK텔레콤만 유일하게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 모두 개통이 가능하다"며 경쟁사 상황을 일일이 적시하며 우위를 과시했다.

영업정지 기간에 갇힌 KT와 LG유플러스도 뒤따라 '갤럭시S 5' 공식 출시를 발표했다. 가입 2년 이상이거나 파손 및 분설의 경우 기기 변경 수요를 노린 것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갤럭시S 5' 출시 효과로 번호이동 고객을 대거 유치할 것을 우려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한경닷컴 김민성·김민재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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